역대급 임금 올린 日, 대기업 평균임금 줄었다...왜?
2024.03.28 11:41
수정 : 2024.03.28 11:41기사원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최근 일본의 평균 임금인상률이 33년 만에 5%대를 웃돌고 근로자의 임금 수준도 사상 최대를 경신했지만 지난해 대기업 평균 임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손이 부족한 현장에서 비정규직 채용 비중을 늘린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28일 후생노동성이 전국 4만8651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31만8300엔(약 283만2615원)으로 전년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에서는 평균 임금이 34만6000엔으로 같은 기간 0.7% 감소했다. 대기업 평균 임금이 쪼그라든 것은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인력이 부족한 업종에서 비정규직 인력 비중이 늘고 있다"며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가 평균 임금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은 편이다. 특히 제조업은 비정규직 평균 임금이 전년 대비 13.9% 더 줄었다. 정보통신(IT), 소매 업종에서도 비정규직 증가세가 두드러져 전체 평균 임금을 깎았다.
아울러 여성의 비정규직 취업이 증가한 것도 평균 임금을 내린 이유로 분석된다. 남성의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여성은 71.0로 전년 조사보다 1%p 더 내려 남녀간 임금 격차가 확대됐다.
대기업 연령대별로는 35~39세 -2.1%, 40~44세 -0.6%, 45~49세 -1.3%, 50~54세 -1.2%로 30~50대 평균 임금이 내려갔다. 반면 20~24세 3.0%, 25~29세 1.6% 등 20대 연령층의 임금은 올랐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재의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초봉을 후하게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노동분야 싱크탱크 산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신입사원 급여를 인상한 기업 비율은 68.1%로 전년 대비 27.1%p 증가했다.
일본의 노동구조 변화도 임금에 반영되고 있다. 일본의 임금 형태는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의 색깔이 짙고 연령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젊은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연공제 대신 성과제를 따지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전 세대에서 평균 임금이 증가했다. 종업원 100~999명은 2.8%, 10~99명은 3.3%가 늘어났다.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10~99인 규모 기업의 임금 지수는 85.0으로 전년보다 3.3%p 상승해 격차가 좁혀졌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