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기술전쟁… 韓, 'AI 국제표준화' 주도권 쥔다
2024.04.03 18:13
수정 : 2024.04.03 18:13기사원문
현재 국제정보통신 분야를 총괄하는 국제연합(UN) 산하의 표준화 전문기구인 ITU-T를 비롯해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간 공동기술위원회인 'JTC' 등에서 한국은 AI기술 표준를 주도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ITU-T 산하 12개 그룹 의장단 11%
3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ITU-T 산하의 12개 연구그룹(SG)내 의장단 의석수가 총 524석 중 60석을 확보했다.
특히 삼성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의 개발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AI 분야의 표준 개발자에서 조정자로 그 위상이 바뀌었고, 이를 통해 AI 기술에 대한 국제표준화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ITU-T에서는 통신운용, 환경, 케이블, 프로토콜, 네트워크, 전송, 멀티미디어, 정보보안,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의 표준기술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서 논의하는 기술들은 대부분이 아직 상용화되기 전이다. 특히 AI의 경우 각 분야의 요소기술들은 다 나와있지만 AI기술이 각 분야에 적용되기 전인 것들이 상당수다. 그렇다보니 각 국가나 기업들의 기술을 반영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상당하다.
■기계학습 표준화 그룹서 표준 주도
이 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강찬 박사는 현재 ITU-T 산하의 미래네트워크 분야인 SG13에서 기계학습 표준화 공동조정그룹 의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 박사는 "국제 표준화기구에서 의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어느 그룹이든 자국에 유리한 형태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놨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그룹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30여명이 국내 전문가다. 그는 기계학습 응용 및 관련 연구 협력을 통해 AI 분야의 표준화 청사진인 '기계학습 표준화 로드맵'을 개발하고 있으며, 로드맵에 제시된 국제표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의장이 마냥 자국의 이익을 쫓을 수는 없다. 이 박사는 "글로벌 밴더들이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지켜줘야 된다라는 요구사항 같은 것들이 표준안에 잘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표준이 글로벌하게 쓰였을 때 플랫폼 사업자나 AI 서비스 사업자들이 지킬 수 있게 하기 위한게 표준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글과컴퓨터 윤석명 팀장도 ITU-T 산하의 워킹그룹에서 3개 기술 분야에 참여해 AI 표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중 한컴이 보유하고 있는 전자 문서 분야의 AI기술을 국제 표준화로 만드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전자문서를 공동 편집할때 적용되는 AI 기술과 전자문서를 장기보존했다가 다시 꺼내 활용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AI 기술, 텍스트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음성이나 표정까지 인지하는 AI 기술 등의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윤 팀장은 "위원 소속 국가가 다르지만 같은 기업이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며 "국가를 빙자해 기업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즉 글로벌 기업에 유리한 AI기술을 주장해 관철시킨다는 의미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