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보는 국민은 두려움이 없다

      2024.04.04 18:14   수정 : 2024.04.04 18:14기사원문
개인이 진실을 외면한 대가는 자신만 아는 자괴감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진실을 짓밟게 되면, 그 결과는 국가적인 규모의 비극이 된다. 가까운 예로 진실을 외면하면서 정치에 무관심하면 저질들의 지배를 받게 된다고 플라톤은 경고한 바 있다.



히틀러 정권이 가능했던 것은 자긍심을 잃은 사람들의 증오심을 나치당이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공산화도, 중공의 문화혁명도 진실을 보려하지 않고 이웃을 파괴하려는 욕구를 누르지 못했던 인간의 증오심을 이용하며 진행됐다.
증오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두려움에서 나온다고 한다.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생존본능이 두려움에 압도되면 많은 것을 정당화하며, 인간성을 황폐하게 만들고 진실은 팽개친다는 것이다.

진실을 외면한다는 것은 무관심이나 무지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때는 순진해서 몰랐어요"라고 변명할 수 없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것에 도덕성의 차원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4·10 총선에서 진실을 마주할 기로에 서 있다. 우리 국민은 최근 어떤 진실을 마주했을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2024년 2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기록영화 '건국전쟁' 이 개봉되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대한민국의 국부에 대한 사실에 기반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과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고 감동과 박수를 끌어냈다. 이로 인해 60년간 이승만 대통령을 거짓말로 폄훼한 역사가들의 진면목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전문가의 말, 정치권의 말만 믿을 것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공부하고 확인해야겠다는 진실 추구의 기조가 만들어졌다. 국민의 일부만이 자각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정체성, 자유민주주의가 공유되는 순간이었다.

2023년 여름 우리 국민들은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해 과학자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2019년과 달리 정치적 선동에 넘어가지 않았다. 자유롭게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국내외에서 생선 맛을 즐겼다. 이것은 반일감정에 선동되어 공산 진영에 좋은 일만 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한미일 자유민주주의 동맹이 견고해질 수 있는 매듭이 되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사태였다는 것도 좌우를 떠나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 국회 등 국내에 파워를 가진 집단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떤 언론사가 A라고 말했을 때, A가 사실이 아니라 "어떤 언론사가 A라고 말했다"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탄핵사건은 국제 문제이기도 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문제는 우리의 시야가 국내외를 아울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 때 경제개발계획으로 산업화를 이루고, 전두환 정부 때 연좌제가 폐지되고, 자유시장 경제체제에 더 다가가면서 중산층이 두터워졌고, 희망으로 가득 찬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응답하라 1994' 등이 나오는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는 것도 국민들은 알고 있다.

2020년에 있었던 4·15 총선을 계기로 부정선거를 수사하고 막아야 한다는 것, 선거의 공정성이 사전투표가 제공하는 선거의 편의성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물론 갈 길이 멀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는 불완전해서 억울한 분들이 아직 많다. 그러나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애국심을 느끼고 하나가 되는 것은 국가의 본질이 '이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총선은 선량한 국민들을 위한 체제를 선택하는 선거이지 정책을 평가하는 선거가 아니다. 갑작스러운 의사 2000명 증원은 현실에 맞게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낸 후에라야 관철시킬 수 있다.

이종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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