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경유차… 도로서 퇴출되고 공장에선 단종

      2024.04.09 17:59   수정 : 2024.04.09 17:59기사원문
올 1·4분기 국내 시장에서 경유차(디젤차) 판매가 전년 대비 반토막인 3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친환경차에 대한 선호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경유차 생산을 줄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부터 현대차·기아는 1t 소형트럭에 대해서도 경유차 생산을 중단했다.

경유차의 빈자리는 최근 인기가 높은 하이브리드차와 액화석유가스(LPG) 차로 빠르게 대체되는 양상이다.

■ 경유차 판매 반토막

9일 관련 업계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1·4분기 국내 경유차 신규등록(승용·상용차 합산) 대수는 3만9039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8만8154대와 비교해 55.7% 급감한 기록이다. 경유차 판매는 작년 연간 기준으로도 30만8708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12% 줄었는데, 올해 들어선 판매량 감소 속도가 더 빨라졌다.

올해 들어 경유차 판매가 더 가파르게 줄어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큰 요소는 환경규제 강화가 꼽힌다. 올해부터 시행된 대기환경개선특별법에선 어린이 통학버스나 택배용 차량의 경우 경유차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작년 말 1t트럭인 포터2와 봉고3의 경유 모델을 단종하고,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을 대체재로 새롭게 투입했다. 상용차는 승용차와 달리 그동안 경유차 비중이 높았다. 국내 1t트럭 시장에서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현대차·기아의 1t트럭 경유 모델이 단종 되자 경유차 판매가 올 들어 더 빠르게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1·4분기 국내 LPG차 판매는 3만8230대로 지난해 보다 129.3% 급증했는데, 이는 포터2·봉고3 LPG 모델 출시 효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차 가운데 그나마 수요 가장 많았던 1t트럭마저도 경유 모델이 단종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경유차 판매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환경규제로 승용차 시장 퇴출 수순

승용차 시장에서는 경유 차량은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과거 승용 경유차가 큰 인기를 누렸던 시절이 있었지만 2016년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이른바 '디젤 게이트' 사태 이후 경유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기류가 확대됐다. 특히 경유 연료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과 때때로 불거지는 요소수 부족 사태도 기피 현상을 부추겼다. 과거에는 경유가 그나마 휘발유 보다 값이 싸고, 연비가 좋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경유차 보다 효율이 더 뛰어난 하이브리드차가 출시되면서 이런 장점도 사라졌다.

반면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4분기 국내에서 팔린 하이브리드차는 9만9832대로 집계돼 작년 보다 46.3% 증가했다. 전기차가 비싼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잠시 주춤하면서, 하이브리드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부상한 모양새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는 물론 수입차 업체들도 내연기관차 보다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중심으로 신차 라인업(구성)을 새롭게 짜고 있다.

유럽 등 경유 승용차가 강세를 보여왔던 해외의 상황도 국내와 비슷하다.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새로 팔린 경유 승용차는 140만여대로 전체 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3.6%에 그쳤고, 150만대를 웃돈 전기차(14.6%) 보다도 판매량이 적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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