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브리핑 '침묵' 지속..전공의들 "朴차관 경질하고 책임물어야"
2024.04.15 14:23
수정 : 2024.04.15 14: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지 9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는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전반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1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전날인 9일 이후 정부는 의료개혁 관련 브리핑을 한 건도 진행하지 않았다. 9일 이후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은 없었고 회의 이후 자료만 나왔다.
의료공백 사태 이후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적극적이고 구체적 설명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 모습이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여당은 범야권에 대패했다. 선거 결과에 국민들의 뜻이 반영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정책 전반을 강행하기 위한 동력은 상당 부분 상실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대 증원을 정부가 추진하던 초반에는 전 국민적 여론의 지지를 받았으나 의대 증원 2000명 등 핵심적인 쟁점 사안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만을 지속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불편이 커졌다. 이에 총선 전후로 정부와 의료계와 적정 수준에서 타협을 해 현장의 혼란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정부가 브리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은 브리핑을 열어 설명할 만한 새로운 안건이나 새롭게 전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의료개혁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지를 두고 고심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브리핑을 열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날 정부는 중대본 회의를 통해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멈추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조규홍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발전적 논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전후로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전반에 대해 정부가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료계의 주장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이날 사직 전공의들 1362명은 의대 증원 관련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수사 기관에 고소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질을 요구했다. 박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 절대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였던 정근영씨는 "박 차관은 이번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을 주도하면서 초법적이고 자의적인 명령을 남발해왔다"며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오롯하게 존중 받아야할 젊은 의사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차관과 복지부는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젊은 의사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했고 법적인 검토도 마쳤다고 자신했다"며 "정부도 대통령도 전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권리를 무시당해도 되는 대상을 정할 수 없고 그런 사고 방식은 전체주의"라고 강조했다.
정 씨는 "박 차관이 건재한 이상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정상적인 소통은 불가능하다"며 "윤 대통령은 이 사태의 책임자인 박 차관을 즉시 경질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정부에 대한 강경 투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협은 전날인 14일 브리핑을 통해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라"는 기조를 재차 강조하고, 의사들의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대한전공의협의회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의협, 개원가 모든 직역이 총망라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재논의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함께 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