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최저·파산 최다 '스타트업 무덤'된 日… 구제책 통할까

      2024.04.15 18:02   수정 : 2024.04.15 18: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파산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창업률은 22년 만에 최저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이달부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기존의 2배를 웃도는 7200만엔(약 6억5000만원)까지 무담보·무보증 대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창업 초기 자금조달 문제로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에서 도산하는 스타트업을 구제하는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실패 안돼" 스타트업 살기 힘든 日

15일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업력 10년 미만의 스타트업의 파산은 지난해 기준 약 2700건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는 전체(약 8800건) 일본 기업 파산에서 3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비교 가능한 2000년 이후로도 역대 최고다.

규모가 영세한 스타트업의 특성상 폐업이 알려지지 않은 곳도 상당해 실제 파산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과 소매업의 파산이 두드러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자금이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이후 경쟁 심화로 일부 기업의 도태가 진행됐다.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를 개발하던 ALI테크놀로지스처럼 특정 분야의 견인차 역할을 기대했던 기업도 (파산 목록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전에 창업률과 폐업률이 모두 10% 안팎에서 맴돌 정도로 스타트업은 생존이 힘들다. 다만 일본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스타트업 시장을 억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그럼에도 미국은 성공과 실패의 혼재를 허용할 수 있는 사회이기에 수백개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기업의 신진대사를 높이려면 일본에서도 도산의 증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끊임없이 새로운 싹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관 합심, 무덤에서 요람 될까

2022년 11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8774억엔이던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2027년까지 10조엔으로 대폭 늘려 장기적으로는 10만개 스타트업, 100개 유니콘을 육성할 계획을 내놓았다.

총리가 나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닛세이 기초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의 창업률은 2022년 기준 3.9%로, 2000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할 수 있게끔 자금 조달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일본정책금융공고(일본공고)는 이달부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무담보·무보증 대출을 기존의 2배 이상 확대해 시행 중이다. 이전에는 창업 자본금의 10% 이상 보유하는 것을 조건으로 최대 3000만엔을 대출해줬다.

4월부터는 자본금 조건을 없애고 한도액도 2배가 넘는 7200만엔으로 올렸다.
창업용 대출에는 벤처캐피탈(VC) 뿐 아니라 일본 메가뱅크도 합세해 힘을 보태고 있다.

현지에선 국가가 100% 출자하는 일본공고가 미지수인 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도 있지만 스타트업 지원은 거국적인 문제라는 위기감이 강하다.


한편 최근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공동 출자해 벤처·스타트업 투자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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