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대전쟁'시대… 한국 대응 어떻게

      2024.04.15 18:38   수정 : 2024.04.15 18:38기사원문
미국이 코로나를 백신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 달러로 잡는 바람에 60년 만에 가장 많은 통화가 풀렸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3.6배나 많은 연방준비제도의 자산 증가로 인한 유동성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가 끝났지만 대선을 앞둔 미국이 자산축소를 시늉만 하는 바람에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원자재 및 곡물 등 모든 것의 가격이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가 벌어지고 있다.

주식투자를 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나라가 잘돼야 주가도 오르기 때문이다. 자산에 투자를 한 입장에서는 이익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도 임계점에 이르면 지푸라기 하나에도 등이 부러진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중국 첨단산업의 핵심기업에 대해 기술·장비·서비스 제재를 했지만 제재받은 중국의 핵심기업 중 부도난 회사는 하나도 없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은 2022년에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 다시 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급기야 다시 반도체장비의 사후관리(AS)도 금지하는 것을 동맹국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신성장산업인 전기차, 태양광,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장주도자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되자 급기야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으로 날아가 중국의 시장 장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판이다.

전쟁과 돈은 친구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홍해 문제가 자원가격 상승을 가져왔고 미국이 원하는 물가하락이 아니라 원자재발 물가상승을 가져왔다. 자원이동의 제한이 생산과 물류에 영향을 주면서 자원 가격이 다시 급등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시각을 달리하면 화석연료라는 천연자원의 복수다. 망한 제국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로 무기를 만들었고, 유럽을 천연가스로 위협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점령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만 상승시켰다. 세계는 60년 이래로 가장 많이 풀린 유동성 때문에 가만 있어도 인플레인데, 석유·천연가스·금속·희토류 등 자원가격 급등이 물가상승에 다시 기름을 퍼부었다. 가히 '자원의 복수'라고 할 만하다.

'에브리싱 랠리'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물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했는지는 드러나게 되어있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로 풀어놓은 천문학적 자금, 돈의 복수가 시작된 돈의 '대발작(發作)의 시대'이고 미중과 유럽, 중동의 전쟁이 만든 자원과 기술의 '공급망 대전쟁'의 시대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의 시대, 화석연료는 가고 태양과 바람의 시대가 오지만 핵심은 공급망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기술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 '업스트림(Up-Stream)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자원보유국이 갑이고, 이를 알아차린 인도네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은 자원의 국유화를 시작했다. 첨단기술 기업들은 이들 자원보유국에 아쉬운 소리 하지 않으면 당장 시장을 두고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악마는 약한 놈부터 잡아먹는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가 최종병기 활인 한국은 세계 공급망 대전쟁의 시대에 큰 리스크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소재와 장비 그리고 가스를 미국과 일본·러시아에 의존하고 시장은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반도체산업, 니켈·흑연·망간·코발트 등 배터리 소재를 최대 경쟁자인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배터리산업에 구조적인 리스크가 있다.


미국이 더 강하게 대중국 봉쇄를 추진하는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공급망 문제는 더 긴박하다. 각국의 반도체 육성정책은 더 가열되고 있고, 트럼프의 재선 성공 시에는 배터리산업에 치명적인 변화가 기다린다.
총선 끝나고 국내 문제가 정리되면 한국은 바로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국제경쟁력 살리기에 들어가야 하고, 공급망 외교를 빨리 강화하지 않으면 큰 리스크가 올 수밖에 없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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