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고환율"… '해외매출 76%' K배터리 실적 방어 기대

      2024.04.17 18:05   수정 : 2024.04.17 18:15기사원문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1400원선까지 오르면서 경영 부진에 빠진 국내 배터리사들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터리 업종은 해외 매출 비중이 70%를 넘는 '수출중심' 산업인 만큼 달러 강세가 업황 부진의 방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해외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6%다.

이 기간 해외 비중이 제일 높았던 곳은 89.3%를 기록한 삼성SDI다. SK온은 79.3%, LG에너지솔루션은 59.5%로 나타났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일찌감치 해외 생산전략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3사의 해외 배터리 법인 수는 30개가 훌쩍 넘는다. 배터리 3사의 해외 투자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7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미국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환율 상승이 배터리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를 달러로 사서 제품을 달러로 팔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잡히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된다"며 "같은 양을 팔아도 환율 차이 만큼 매출이 늘어나는 환차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양극재 등 배터리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원화로 조달하는 기업의 경우 이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업계는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2·4분기 실적 방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이 너무 올라가도 문제지만, 현재 정도의 환율 수준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를 일정 부분 보상 받을 수 있다"며 "발주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로 수출 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에 재고를 어느 정도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난 481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도 영업이익 감소폭이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해외 투자비가 늘어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사들은 해외 법인을 통해 달러 차입을 하거나 원화로 조달한 자금 헷징을 통해 위험을 줄인다"며 "이밖에도 파생상품 매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한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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