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 쉽고 재미있게 하자

      2024.04.18 18:27   수정 : 2024.04.19 13:57기사원문
경제학 하면 떠오르는 첫인상은 "어렵고 재미없다"이다. 고등학교 선택교과목 중 유독 경제학이 제일 인기가 없고,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비율이 2%도 안 되는 실정이다.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를 보면 생소한 개념을 어렵게 나열식으로 설명하고 있고, 이를 가르치는 교사도 경제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이 사회 교과 담당이 맡아서 어렵고 지루하게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경제학이 어렵고 재미없다는 악명은 오래전부터 쭉 이어오고 있다.

2021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통해 전국 초중고 교사 7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30%가 경제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고, 그나마 일회성으로 가끔 하고 있다는 응답이 60%였다.
90% 이상의 교사들이 현재 학교에서 경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하면서도 93%는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지식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것이다.

사실 경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부작용이 생겨난다. 세대별·계층별 경제의식이 매우 다르게 나타나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변질되고, 나아가 각종 포퓰리즘에 취약하기까지 하다. 필자가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통일비용을 세금과 채권 중 무엇으로 조달하는 게 좋은가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채권이 좋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면 세금이라 답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세금으로 조달하면 현재 기성세대 납세자들이 부담하지만, 채권으로 조달하면 비용이 미래세대에 전가된다는 걸 몰라서 그렇다. 지금 채권 발행해서 조달하는 비용의 비중이 커질수록 미래세대가 부담하는 게 커지는 것이다. 이런 개념을 모른다는 것을 이용하여 포퓰리즘이 성행하게 된다. 정부 사업들을 세금을 거두어 조달하는 대신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반복되어 나랏빚이 늘어만 가고, 이는 미래세대에 크나큰 짐이 되는데 이를 모르고 당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학은 우리가 매일 그리고 평생 하게 되는 선택을 잘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이런 합리적 선택에는 한계(marginal)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붕어빵 장수가 늦은 밤 원가 이하로도 남은 걸 팔 것인지 결정하는 데 이 한계개념의 이해가 관건이 된다. 하나를 더 팔았을 때 추가로 얻을 이득(한계수익)과 비용(한계비용)을 비교할 때 원가(평균비용)에 못 미치는 가격에라도 파는 것이 유리하다. 하나 더 팔 때 추가로 드는 비용인 한계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서이다.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떨이'가 바로 한계개념에 입각한 것이다. 이처럼 과거 투입한 나의 행위에 집착해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면 실패하기 쉽다. 이를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하는데, 한계개념에 근거해서 이를 과감하게 잊어야 한다.

이렇게 경제학이 어렵지 않고 또 재미있으며 쓸모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우선 재미있게 와닿게 하려면 많은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갖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각종 경제지식을 유튜브 영상, 웹툰, 게임 등의 수단을 활용하여 재미있고 쉽게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

기존 경제교육 교과과정도 바로잡아야 한다. 단편적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대별·계층별 맞춤형 경제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학생에 이르기까지 나이별 차별화된 경제교육 모듈을 개발, 이를 기초로 맞춤형 교육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미국의 경제교육 콘텐츠 통합포털 https://econedlink.org/ 참고). 우리도 이처럼 대상별 맞춤형 경제교육 모듈을 개발해야 한다. 나아가 집단지성을 이용해 여러 경제교육 전문가가 경쟁적으로 다양한 경제개념과 경제원리와 같은 콘텐츠들을 쉽고 재미있게 여러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훗날 수능에서 경제학을 더 많이 선택하게 되고, 각종 고시에서도 경제학 과목을 다시 포함시키며 그리고 경제교육의 열기가 타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 전 청와대 경제수석 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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