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 IPO 흥행… HD현대 주주가치 제고는 숙제
2024.04.29 18:16
수정 : 2024.04.29 21:31기사원문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5~26일 실시된 일반청약에서 약 25조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올해 상장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로, 공모주 시장에 20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린 것은 지난해 9월 두산로보틱스 청약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앞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총 2021개사가 참여해 2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희망 범위 상단인 8만34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한 바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IPO 시장은 크게 달아오른 분위기다. 향후 대형 기업들의 증시 입성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모기업 HD현대 주주들의 분위기는 울상에 가깝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이 마무리되면 지주사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IPO가 본격화된 이달 들어 HD현대 주가는 7만1900원에서 6만8500원으로 4.73% 하락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물적분할로 이슈가 됐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데자뷔"라며 "HD현대의 시가총액은 약 5조3000억원인데 상장 예정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기대하는 기업가치는 3조2000억∼3조7000억원이다. 모기업 일반주주의 관점에서는 큰 사업부문이 새로 상장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상장시키는 쪼개기 상장(중복 상장) 이후 모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지난 2020년 배터리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할해 상장한 후 주가가 반토막이 났었다. 중복 상장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모자회사 동시 상장의 경우 모회사-자회사 이해충돌, 주주가치 훼손 등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연구위원은 "모기업이 이미 존재하는데 자회사가 또 상장하는 경우 상장 규정과는 관계 없이 기존 모기업 주주의 이익과 이해충돌 여부 등에 대한 소명이 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강제로 금지하는 것이 답은 아니지만, 투자자 보호 노력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 측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중복 상장 이슈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