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피해액 1965억원, 우리 부모님 안전할까'...보이스피싱 주의보, 2금융권 노력은?

      2024.05.03 05:59   수정 : 2024.05.03 05: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50대 강모씨는 휴대폰 문자로 아들을 사칭하며 휴대폰 고장으로 급하게 결제할 게 있다면서 개인정보와 카드정보를 요구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주민등록증과 카드 정보 등을 문자로 전송했다. 이후 피싱범은 직접 결제를 하겠다며 강모씨에게 원격 앱 설치를 요구했고, 강모씨가 이에 동의해 앱을 설치한 상태에서 피싱범은 강모씨의 휴대폰으로 카드사 앱에 가입한 후 상품권 부정거래를 시도했다.

#70대 윤모씨는 최근 B카드사를 사칭한 승인 알림 문자를 받았다.

문자 메시지에는 마치 카드사에서 보낸 것처럼 승인 날짜와 이용 금액이 적혀 있고, 문자 상의 연락처로 통화를 유도하는 '본인사용 아닐 시 콜센터로 취소 요청 바랍니다 02-1XXX-OOXX'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삼성화재 고객 지모씨(61)는 얼마 전 큰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뻔했다.
보이스피싱범이 지모씨의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6000만원 가량의 보험계약대출을 신청하려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콜센터로 대출을 신청한 피싱범을 상담하던 음성비교전담팀 상담사는 상담 중 목소리에 이상함을 느껴 팀장에게 보고했고, 팀장은 음성비교 후 불일치로 피싱범에게 콜센터 대출 불가 및 창구방문을 안내했다. 신분증 인증을 39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을 제기하지 않은 피싱범의 행동 역시 의심을 유발했다. 이후 지모씨가 직접 삼성화재에 전화하며 보이스피싱 사실이 확인됐고, 삼성화재는 지급정지 설정 완료 후 피싱시도 방어 사실을 알렸다.



가정의 달을 맞아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한 2금융권의 전방위적인 노력 확산에 이목이 쏠린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카드·보험·핀테크사 등에서는 금융취약계층의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악성 앱 탐지 서비스·인공지능(AI) 기술·캠페인 등 각종 온·오프라인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50대 이상 보이스피싱에 취약...'메신저 피싱' 피해 심각

3일 금융감독원의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1965억원이었으며 1인당 평균 피해 금액은 전년 대비 51.3% 증가한 171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보이스피싱 피해에 가장 취약한 연령대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연령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비중을 살펴보면 50대가 29%, 60대 이상이 36.4%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를 봐도 50대가 30%, 60대 이상이 35.2%로 65%가량이 50대 이상이었다. 특히 타인을 사칭한 문자메시지로 송금을 요구하거나 악성 앱을 설치해 금전적 피해를 유발하는 '메신저 피싱' 피해자의 95%가 50~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메신저 피싱을 통해 피해자의 정보를 탈취한 후 번호까지 이동시켜 경찰 등 관공서나 금융기관에서 연락하는 것 자체가 차단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면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카드업계, 악성 앱 탐지 서비스·FDS 통해 보이스피싱 방지 노력

이에 카드업계는 신기술을 총동원해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먼저 신한카드는 휴대폰에 악성 앱이 탐지되면 본인 및 연결된 가족이나 지인에게 동시에 알려주는 ‘가족 피싱 지킴이’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는 본인 휴대폰뿐만 아니라 신한 SOL페이(이하 신한쏠페이) 앱 알림을 통해 가족과 지인의 악성 앱 탐지를 상호 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신한쏠페이 앱이 꺼져 있어도 365일 24시간 악성 앱 탐지가 가능하며, 보이스피싱 취약군인 고령층 부모님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현대카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모바일 거래가 없던 60대 이상의 고액자산가 고객이 갑자기 모바일 앱을 통해 카드론을 거액으로 받는 등 이상거래가 발생할 경우, AI를 통해 입금지연 혹은 상담원 안내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카드 또한 50세 이상의 고객이 주요 보이스피싱 타깃이라는 점에 착안, 우리카드 FDS 부정방지 시스템에서 온라인 거래에 대해 중점적으로 모니터링 및 선 차단을 적용하고 있다. 기사용 내역이 없던 환금성업종, 해외 쇼핑몰 등에서 거래 시도 시 선 차단 후 본인 사용 및 자녀·지인 요청 여부 확인 이후 정상 사용인 경우에만 재사용을 안내하고 있다. BC카드와 KB국민카드도 FDS시스템 운영·정교화·고도화 및 고객 안내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특히 KB국민카드는 일반회원뿐만 아니라 금융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문자메시지(LMS)나 푸시 메시지를 통해 피싱 관련 주의사항 및 사례를 안내하고 있다.

■보험·핀테크도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선포...주의할 점은?

삼성화재·흥국화재 등 보험사에서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기술·인식 측면에서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본인 확인 후 금액에 따라 신분증 실물 인증을 실시하고 있는데, 인증 대상에게 URL을 발송하면 서류 등록화면에서 신분증을 촬영한 후 인증 확인하는 방식이다. 흥국화재는 각 상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손님들에게 금융사기 피해예방 정보를 담은 팜플렛을 나눠주는 '금융사기 피해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캠페인에 동참한 골목상점은 지난달 기준 100호점을 돌파했다.

이 외에 카카오페이는 사용자가 카카오페이 앱을 열었을 때 모바일에 악성 앱이 발견되면 즉시 안내 메시지가 나타나도록 하는 '악성 앱 탐지 솔루션'과 송금 단계에서 금융 사기 방지 소셜벤처 ‘더치트’에 신고된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사기 이력 탐지기’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페이도 사용자들이 네이버페이 앱으로 언제든지 금융사기를 유발하는 악성앱 등의 설치 여부를 직접 검사할 수 있는 '페이앱 백신'을 도입했다.

이러한 2금융권의 전사적 노력이 긍정적인 흐름이지만, 소비자의 편의성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대면 거래가 상당 부분 진척돼 온라인 거래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안 시스템에 대한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보안이 지나치게 강화되다 보니 실제 거래인데도 불구하고 의심 거래로 간주되는 사례도 있어 이런 부분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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