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에서 벗어나 '치유'로...자살유족에 드리는 메시지 e-book 발간
2024.05.03 11:04
수정 : 2024.05.03 11: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생명존중시민회의(상임대표 태범석)는 3일 '자살유족들께 드리는 메시지'라는 부제가 달린 '죄책감에서 벗어나 치유로'라는 전자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들이 '죄책감'에서 벗어나 치유로 나아갈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자살유족들은 죽음이 가져다주는 슬픔에 더하여 죄책감, 낙인, 분노, 사회적 단절 등 '독특한 일련의 고통스러운 감정'에 직면하게 된다.
"당신이 잃어버린 사람에게 고통은 끝났어요. 이제 여러분의 치유를 시작할 때입니다."라는 미국의 '자살유족 핸드북'을 인용하면서 치유의 결단을 촉구한다. 자살로 돌아가신 분의 고통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살유족이 죄책감을 일정 시간 동안 어느 정도 느끼는 것은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거기에 붙들려 지나치게 오래도록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면 이제는 유족이 자신을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의 핵심 권리인 유족의 '살 권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자살유족의 사회적 활동이 드물게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과 미국 등 외국 자살유족의 활발한 사회활동을 소개한다.
자살대책기본법 제정과 "자살을 '말할 수 있는 죽음'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민관합동으로 자살유족에 대한 인식 전환과 유가족 지원 체계를 갖추고자 사회적 운동을 펼친 일본에서의 자살유족의 외침에서 이어, 4000여 명의 자살자를 하루 10만 명이 방문하는 미국의 자살자 사이버 추모관,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자살자의 얼굴' 책 등을 소개한다. 이런 외국의 사례는 자살유족이 숨죽여 살 것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자살유족의 회복은 '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사회적 차원의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족 자신이 자신을 도와야 함을 강조한다.
자신을 돕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지원그룹을 찾아 도움을 받을 것 △슬픔의 극복이나 애도를 서두르지 말 것 △고인과 소통할 것 △다른 유족의 경험을 보고 듣는 것 △신앙 공동체나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을 것 등을 제시한다. 이 책은 또한 자살유족의 사회적 외침은 새로운 차원의 치유라고 밝히고 유족들이 당당하게 자살 예방 활동에 나설 것과 유족이 주도하는 자살자 사이버 추모관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 밖에도 자살유족에게 유용한 정보로 우리나라에도 마련된 사이버 추모공간,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 자살유족을 위한 '얘기함' 애도 프로그램, 자살유족의 이야기 나눔터 '얘기함' 이야기 공간, 유족 모임이나 유족 지원 단체들, 유족이 밟아야 할 행정 절차들을 소개한다.
부록에서는 자살유족의 '친구' 되기에서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유족에게 던지는 말, 유족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말들, 고인을 이야기할 때 이름을 쓰는 것이 더 좋다는 팁, 자살유족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들, 특별히 마음을 써야 할 명절이나 기념일, 기일 등 자살유족의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자살유족을 도울 수 있는지를 다루었다. 이 책은 전자책의 장점을 살려 여러 유튜브나 사이트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여 년 동안 생명운동에 해 오면서 겪은 여러 경험과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고 분석하면서 얻은 성찰 속에서 자살유족을 돌보고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강력한 자살예방 대책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 저자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이사는 "자살은 너무나 많은데 자살유족은 거의 보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이 책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자살유족들에게 작은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한편, 교보문고, 예스24, 밀러의 서재 등에서 1만원에 판매 중인 이 책의 수익금은 전액을 기부하여 생명운동에 사용된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