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회계 고민 풀어내고 싶어… 종사자 간 통합에도 최선"

      2024.05.08 18:05   수정 : 2024.05.08 18:05기사원문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은 다음달 40여년 동안 몸담았던 친정을 떠난다. 제47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직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자리 자체에는 욕심이 없다.

회계업계의 성장을 위한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이 회장은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 1982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 이듬해 안진회계법인 (옛 안권회계법인)에 입사해 2017년 조세부문 출신으로선 처음으로 국내 '빅4'의 총괄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은 8일 한공회장 취임하면 회원들의 의중을 먼저 파악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취임 한 달 내 전체 회원 대상 설문조사 △조사결과 기반 취임 100일 내 업계 성장 및 균형발전을 위한 10대 중점과제 도출 △올해 12월 한공회 70주년 기념식에서 중점 과제별 실천과제 발표 등이다.

이후 달성할 중점 사안은 크게 3가지다. 우선 갈래가 많아진 회계 종사자들 간의 조정과 통합이다. 빅4 이외에 로컬이 있고, 그 중에서도 등록 여부가 나뉜다. 개인 사무소 운영자도 있다. 이 회장은 "각 단위마다 이해 충돌, 갈등이나 균열 요소가 있다"며 "그간 이를 완화해야 할 한공회의 역할이 유효하게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유지다. 이 회장은 "일부 일탈적 행위를 마치 이 제도의 본질적 약점에서 기인한 것처럼 매도하는 주장이 있다"며 "자유수임제로 돌아갈 만큼 (기업들의) 질적 변화가 있지 않았고, 문제점은 개선·보완하면 된다"고 짚었다.

끝으로 수직적인 금융당국과의 관계 완화다. 이 회장은 "회계법인이 피감 대상이지만 엄연히 역할이 다른 협력 주체"라며, 감리에 대해서도 "회계법인의 운용 투명성 측면에서 필수적이나 감사품질 제고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광범위한 형태는 지양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회장은 한공회가 회계산업의 흐름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 전체에서 감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인데 예산은 80% 이상 투입한다"며 "사회적 상징성, 공적 가치가 흔들려선 안 되지만 딜(M&A), 컨설팅 등에도 균형 잡힌 인력 편성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공회 내에서 '국회' 역할을 하는 평의원회 구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0%에 미치지 못하는 청년 비율을 3~4년에 걸쳐 30%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 회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감사 및 인증 업무를 회계사가 주도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국제표준전산언어(XBRL) 의무화를 두고는 기업들의 실무상 어려움을 인정했고, 이를 지원하는 회계사도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를 포함한 각계각층과의 인연도 강점이다. 이 같은 인적 자산을 토대로 이 회장은 한공회가 의제를 던지고, 때론 정치권을 설득하는 능동적 주체로 거듭나도록 만들 계획이다. 회계업계·학계·정계·산업계 등에서 인원을 선발해 3개월 또는 6개월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할 복안도 갖고 있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올해 1250명)에 대해선 '축소지향적' 방향을 제시했다. 매년이 아니라 3~5년 중기 단위 발표를 제안했다. 이 회장은 "인력 수급 현황을 잘 아는 입장에서 정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비공식 의사 전달조차 없다가 발표 후에야 반발하는 것은 불만 토로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한공회장이 되면 임기가 끝나도 딜로이트 안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따라서 독립성과 중립성 시비에서 자유롭다.

실제 이 회장은 빅4 수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피력하기보다 로컬 회계사들과 접촉을 늘리고자 한다. 지난달에는 제주공인회계사회를 찾았다.
회원은 45명에 불과하지만 인구 67만명에 이르는 제주도의 회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전략적으로 표를 많이 얻기보다 '지역·법인규모별 상생'에 초점이 맞춰진 행보다.
이 회장은 "작은 단위라도 지회 회계사들은 그 지역의 대표"라고 정의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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