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재판 앞두고..2000명 규모 두고 醫政 '여론전' 가열
2024.05.13 14:50
수정 : 2024.05.13 14: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증원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의료계가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 및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심리를 위해 정부에 지난 10일까지 2000명 의대 증원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재판 결과는 이번 주 중 결정될 예정이다.
반면 정부는 의료계가 전체 내용을 생략한 채 일부만 강조하면서 사실을 왜곡해 전달하고 있는데, 이는 여론전을 통해 재판부를 압박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의대증원 정부 제출자료 과학적 근거 無"
13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의학회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법원의 요청을 받아 제출한 자료를 검증한 결과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의교협과 의학회는 "의료계는 정부가 어떤 근거로 2000명이라는 특정 숫자를 결정했고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전포고하듯 기습적으로 발표를 했는지 궁금했는데,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그동안 정부가 꼭꼭 숨겨왔던 기록을 볼 수 있게 됐다"며 "기존 보고서 3개를 재탕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석명으로 요청한 증원을 결정한 새로운 객관적 용역이나 검증도 전무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수없이 많은 회의를 했다고 했지만 2000명 증원의 근거는 없었고 지난 2월 6일 시급하게 진행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언급됐을 뿐 어디서 나온 객관적 숫자인지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의교협과 의학회는 "정책은 내용과 근거가 중요한 것으로, 누군가가 결정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 취사선택을 해서는 안된다"며 "이 같은 행태는 과학의 영역에서는 퇴출해야할 행위고 문명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은 과학적 근거와 치열한 논쟁, 토의를 거쳐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료계는 통일된 목소리로 원점 재논의를 요구했지만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하면서 '원점'도 없고 '논의'조차 되지 않을 것을 확인했다"며 "정부는 불합리한 정책 추진을 백지화하고 의사를 포함한 보건인력을 과학적으로 추계해야 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의대 2000명 증원, 과학에 근거한 정책"
정부는 향후 2035년까지 의사 1만명이 부족하다는 복수의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의대 증원을 결정했고, 2000명이라는 숫자도 과학적이고 객관적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KDI, 서울대학교의 3개 보고서는 객관적 추계 방법을 통해 공통적으로 2035년 1만명의 의사 부족을 예측했고, 이에 대한 논의와 검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정부는 의사 양성에 최소 6년이 걸린다는 점과 필수의료 위기 해결, 의료수급 균형 등을 고려해 의사인력 확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고, 2035년 1만명 공급을 위해 2025년에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2000명 추계는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4차례 회의를 하는 등 논의를 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그는 "의사단체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데, 이미 우리나라보다 의사 수가 많은 독일, 일본,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고령화에 대비해 의사를 늘려온 반면, 한국은 의사 부족 문제가 여러 근거를 통해 제기됐음에도 19년 동안 의사를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고 의료계를 비판했다.
이날 전의교협과 의학회의 기자회견에 대해 박 차관은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이견이 있다면 소송절차를 통해 제출할 수 있음에도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재판부를 압박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이번 주 결정 전까지만이라도 무분별한 자료 공개를 삼가달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