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메가시티'
2024.05.13 18:01
수정 : 2024.05.14 07:56기사원문
메가시티는 말 그대로 대도시를 뛰어넘는 슈퍼 대도시를 의미한다. 사전적으론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다. 박경현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11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 기고한 글을 통해 "메가시티 전략은 국제적 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지향한다"고 썼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역소멸 및 지역차별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또 "메가시티는 초국가적 차원에서 혁신, 인적자본, 기반시설, 정주환경, 지역경영을 위한 거점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우리나라에서 메가시티는 수년 전부터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자체 간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약 5개월 앞둔 지난해 10월 여당이 서울과 생활권이 겹치는 서울 주변 도시를 서울로 편입하기 위한 메가시티 공약을 갑자기 들고 나왔다.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당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서울과 주변 도시 중 출퇴근과 통학을 서울과 직접 공유하는 곳들은 서울로 편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동네에 길 하나를 낼 때도 이런저런 분석을 하는 마당에 그야말로 무책임한 한마디였다. 이런 정도의 이슈를 들고 나올 것이라면 적어도 현 상황에서 서울 중심의 메가시티 논의가 왜 필요한지, 서울과 주변 지역에 각각 어떤 득과 실이 있는지, 수도권 외 지역을 고려한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배경을 국민에게 설명했어야 옳다. 당시엔 그저 수도권 어느 지역이 '서울특별시'라는 주소를 갖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부동산 시세 이야기가 뒤따랐던 게 당연하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메가시티 이슈는 수도권만의 논의로 그쳐서도 안 된다. 수도권만의 메가시티 이슈는 지역소멸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 차원의 메가시티 전략을 세우고, 국회는 관련 입법을 고민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단시간에 논의를 끝내버릴 주제가 아니다.
당연하게도 메가시티 이슈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어쩌면 오히려 섣불리 메가시티 이슈를 들고 나온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이 메가시티 이슈는 또다시 자취를 감췄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