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마약거래, 단서 지워도 잡아냅니다"
2024.05.13 18:14
수정 : 2024.05.13 18:14기사원문
조현진 부산광역시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 팀장(사진)은 최근 다변화하는 마약류 범죄의 양상에 따른 경찰의 대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조 팀장이 속한 부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지난 4월 11개의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며 국내에 필로폰 1.7㎏을 유통한 조직원 등 49명을 검거했다. 특히 이들 49명 중에는 필리핀에서 국내로 마약류를 공급한 이른바 '총책'도 포함됐다.
이들 조직원은 점조직으로 움직이며 다단계사업을 전개했다. 필리핀 총책이 필로폰을 준비하면 도매상 격인 중간유통책이 이를 한국으로 밀수입했고, 이렇게 밀수입된 필로폰을 소매상 격인 중간유통책들이 구매해 각자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이용해 투약자들에게 판매했다. 또 이들 소매상은 물건이 부족할 경우 서로 물건을 공유하면서 협업관계를 유지했다. 조 팀장은 "처음에는 투약자와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소매상을 잡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검거된 소매상이 다른 소매상과 연결된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을 포함한 수사팀은 필리핀 총책의 신병을 확보할 때까지 약 11개월이 걸렸다. 잠복근무는 예삿일이었다. 차량에 대기하면서 차 시동 소리에 존재가 노출되지 않기 위해 시동을 끈 상태로, 더울 때는 찜통에서 추울 때는 냉골에서 범죄자를 기다렸다.
조 팀장은 "이들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충청, 전남 등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잠복수사를 했다"면서 "수사의 첫 시작은 단순히 SNS에 광고를 올리는 판매책을 잡기 위해서였지만 사건을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고구마줄기처럼 연관자들이 나와 우리도 놀랐다"고 회상했다.
약 11개월 동안 수사가 순항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수사 당시에는 판매조직의 실체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어 수사방향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조직원들이 하나둘씩 검거되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판매조직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챌 수 있는 단서들을 지워나갔다. 그러던 중 수사팀은 도매상 격인 중간유통책을 검거했다. 조 팀장은 "도매상의 존재를 알았는데 때마침 도매상이 필로폰을 밀수입하기 위해 출국한 상황이었다"면서 "도매상이 언제 돌아올지를 모르니 일단 수사관을 인천공항으로 파견해 하염없이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최근 5년 전부터 마약류 거래의 양상이 접촉과 현금거래를 중심으로 한 대면거래에서 던지기와 가상자산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거래로 바뀌면서 경찰의 수사방법도 변화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비대면거래는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다 보니 사이버수사 기법이 마약류 범죄 수사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
조 팀장은 "많은 마약류 사범이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이용해 영국, 홍콩 등 세계 각국에 위치한 해외 거래소에서 돈세탁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경찰은 국정원, 외교부, 외국 당국 등과 협업을 통해 이 같은 돈세탁을 꾸준히 잡아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