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중국 관세 경쟁과 난제가 되어가는 국제관계
2024.05.22 06:00
수정 : 2024.05.22 07:20기사원문
그렇다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속에서 부상하는 관세 부과 경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선거와 중국 변수의 관계 구도를 살펴볼 수 있다. 미국 대선에서 중국 변수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국내정치적 차원의 변수가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두 대선 후보는 누가 중국에 더 단호한지 경쟁하는 구도를 조성하며 대외변수를 대내변수에 끌어들인 상태다. 특히 대중국 정책의 단호함을 과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과세 부과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는 국내 선거 전선에서 이겨야 할 승부수 중 하나로 대중국 정책의 비중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에 단호하다는 모습을 어필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도 어려워진다는 현실 인식에 대한 조치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미중관계도 녹록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둘째, 과연 디리스킹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등 서방진영은 중국이 세계경제와 커플링된 현실을 고려하면 디커플링은 사실상 불가하다며 디리스킹으로 정책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었다. 즉 중국과 어느 정도의 커플링을 유지하면서 중국이 군사기술로 전환하여 현상변경 정책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제대로 차단토록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4배 관세 인상은 미국의 현재 정책이 디커플링으로 다시 회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에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무역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보호무역의 기조가 자리를 차지하면 이는 디리스킹보다는 디커플링에 가까운 상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셋째,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은 현 국제정치에서 경제안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경제와 안보를 분리시켜 경제적 이익과 안보도 동시에 챙기는 윈-윈 공식은 신냉전 구도에서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고 있다. 상대방에 관세를 부과해서라도 자국의 단기적 경제이익이라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상대이익을 빼앗기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력 저하로 이어져 안보에도 리스크가 된다는 사고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로 ‘경제’가 ‘안보’이자 ‘안보’가 ‘경제’라는 경제안보 공식이 고강도로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미중 전략적 경쟁의 구조적 압력에 재주목해야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기존 강대국은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도전국에 '공포(Fear)'를 느끼고 이는 특정 지도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도전받는 국가의 모든 지도자가 느끼는 것이라는 점이 앨리슨이 규정한 '투키디데스 함정'의 본질이다. 이러한 공포가 특정 행위자의 판단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느끼는 압력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는 구조적 요인이라 볼 수 있다. 바이든, 트럼프에 관계 없이 앞다투어 관세 부과 경쟁을 벌이는 것은 미중 전략적 경쟁은 본질적으로 구조적 압력으로 조성된 기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따라서 미중 경쟁이 단기적 정책 전환으로 해소될 수 없는 중·장기적 기제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발 관세 경쟁은 국내정치가 국제정치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런 불가분성과 더불어 과도기 국제질서에 점증하는 불확실성은 이러한 이례적인 정책이 빈번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와 같은 과도기 상황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대외정책은 단기적 처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중장기적 처방에 진력하는 방향성을 견지해야 한다. 대북정책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