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5000억원, 에어버스 2대 무게"...삼성·TSMC·인텔이 노리는 '이것'
2024.06.20 05:49
수정 : 2024.06.20 05:49기사원문
ASML이 전 세계에서 독점 생산 중인 노광 장비는 반도체 첨단 공정에 필수적이다.
하이NA 망설였던 TSMC, 결국 앞당겨 도입
20일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ASML의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EUV'를 올 연말에 도입하기로 했다. 당초 내년으로 예정됐었던 하이 NA EUV 유치 시점을 한참 당긴 것이다.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TSMC에 올 연말까지 하이 NA EUV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내년 완공 예정인 대만 가오슝공장에서 이를 활용,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TSMC는 높은 가격과 기술 안정성 검증 때문에 당초 하이 NA EUV 장비 도입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장샤오창 TSMC 공정개발 부사장은 지난달 "1.6나노 공정을 위해 하이 NA EUV 장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지만 이내 하이 NA 도입으로 선회했다.
하이 NA 도입에 웨이저자 TSMC 회장의 역할도 컸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지난달 23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개최된 'TSMC 테크놀로지 심포지엄 2024' 일정에 불참하고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와 독일 디칭엔 소재 산업용 레이저 전문기업 '트럼프(TRUMPF)'를 연이어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은 TSMC가 주관하는 최대 행사로 고객사들과의 협력 및 향후 TSMC의 기술 로드맵 등을 발표하는 자리다. 웨이 CEO는 매년 행사를 참여하는 등 공을 들여와 현지 업계와 언론에서는 올해 불참을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대만의 디지타임즈는 ASML이 TSMC에 장비 공급가격을 낮추기로 하며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이 NA의 단가를 10% 이상 인하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손해 감수하며 사재기 나선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후발 주자인 인텔은 하이 NA 도입에 사활을 걸었다. 총 6대를 주문했고 이 중 한 대를 지난 4월 연구·개발(R&D)용으로 업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인텔은 하이 NA 장비를 이용해 2027년에는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1.4나노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텔은 지난 4월 미디어라운드테이블에서 "당초 기대보다 빠른 속도로 하이-NA EUV 장비를 안정화하고 있으며, 생산라인에 본격적으로 투입하는 시기를 내년으로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며 "14A(1.4나노) 반도체 공정부터 하이-NA EUV가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인텔의 이 같은 광폭행보를 두고 3년 전 파운드리 사업에 복귀한 인텔이 초미세공정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문은 지난해 7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4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봤다. 이 같은 중요 원인 중 하나로 하이 NA의 선제적인 도입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JY 직접 네덜란드行 삼성도 고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2월 ASML 네덜란드 본사를 방문해 하이 NA EUV를 살펴보는 등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하이 NA 도입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엔 이 회장이 EUV 장비의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독일 자이스를 찾아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은 3만개 이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5대가량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초미세 공정 경쟁 속에서 EUV 노광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면서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공룡들의 ASML 장비 확보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