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터닝포인트 왔나
2024.07.07 19:07
수정 : 2024.07.07 20:03기사원문
출생아 수의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으나 2015년 1.24명을 기록한 이후 8년째 감소했던 합계출산율이 반등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결혼과 출산 간의 시차를 2년 정도로 볼 때 2022년에서 2023년까지 이어진 혼인 건수 증가는 이르면 2024년에, 늦어지면 2025년에는 1년 통산 출산율이 반등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출산율 반등이 시작되면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있는 것은 국가 전체로 출산율 추락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정부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출산율 제고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낮은 원인으로 지목되는 안정된 일자리 부족, 높은 주거비용, 미흡한 아이돌봄 여건,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는 환경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 왔고, 더욱 강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정책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면 출산율의 추세 반전에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중 영유아 돌봄과 일·가정 양립 환경은 그동안의 국가 차원의 정책 개선으로 완화될 여지가 있지만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 높은 주거비용을 낮추는 것은 경제사회 구조의 전면적 개혁이 없이는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의 경중이 상이할 수 있다.
좋은 일자리는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 또는 급여, 지속 가능한 고용안정성, 안전한 업무환경, 일과 삶의 균형 가능성, 교육 및 경력 발전성, 5대 사회보험으로 표현되는 보장성 등이 갖추어진 일자리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 공기업·금융기관·대기업 (우량기업) 등에의 취업, 의사·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이 좋은 일자리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런 일자리의 수가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좋은 일자리의 조건들이 상보체계를 가져야 좋은 일자리의 개수가 늘어날 수 있는데 좋은 일자리로 선망되는 직장은 좋은 일자리의 조건을 두루 충족하는 반면에, 그렇지 않는 직장은 이런 조건들이 대체로 모두 열악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직장의 안정성과 업무환경이 열악하면 이를 보상할 수 있도록 소득수준은 그렇지 않은 직장보다 높아야 하지만 그 반대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일자리 특성 간 상보체계가 강화되면 직업의 귀천이 줄어들고 좋은 일자리 수가 늘어나는 더 정의로운 나라가 될 수 있으나 오래된 학벌 지상주의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높은 주거비용도 지난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십수년 동안 번 소득을 모두 저축해도 그럴싸한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 어렵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결혼 혹은 출산 가정에 대한 분양 특혜 확대 등으로는 신혼부부와 출산 가정의 높은 주택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또한 특혜도 집을 구입할 재력이 있는 가구에 한정된다는 것도 문제이고, 최근 정부 정책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우려된다. 높은 주거비용 완화책의 하나로 수도권 집중 해소가 주장되나, 현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이같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경제·사회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대책을 수립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토록 독려하는 것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의 과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하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