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부동산·지방재정 개혁…'중국식 현대화' 선결조건

      2024.08.04 18:23   수정 : 2024.08.04 18: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첨단 기술의 자립 기반, 세제 개혁, 부동산 분야 구조조정 등 300개의 개혁안을 내놓은 중국 공산당이 2029년까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각종 후속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가장 큰 방점은 기술 자립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등 첨단 분야 발전을 위한 산업 정책에 찍혀 있다. 지난 7월 30일 정치국 회의도 '신질(신품질) 생산력'과 '고품질 발전'을 향후 중국 경제 운용의 핵심 키워드로 모든 사업의 우선 순위에 놓았다.



■300개 개혁안 구체화 진행중

중국 정부는 하반기 경기 진작을 겨냥한 재정을 앞세운 통화 정책, 보조금 확대 등의 실행에 돌입했다. 국채 발행 등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시행은 지난 7월 30일 3중 전회 이후 처음 개최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강조됐다.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정치국 회의는 "특별 국채의 발행과 사용에 속도를 내고 초장기 특별 국채를 적절히 활용해 국가의 주요 전략과 핵심 분야의 안전 역량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제조업 성장세가 꺾이고 태양광, 이차전지, 전기자동차 등 새로운 3대 성장주도 및 수출품목의 성장세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재정 정책을 통해 하반기 이후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판단이다.

황광명 한국은행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는 4일 "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대외여건도 나빠지는 상황에서 여력이 큰 재정 정책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장의 장기적인 정체 국면이 두드러지고 절약 지향 풍조가 확산되면서 내수 진작을 위해 보다 추가 국채 발행 등 재정 정책의 적극적 전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줄기는 했지만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223억5800만달러(약 4387조2404원)로 여력이 넉넉한 상황이다.

■금리인하 등 하반기 경기 진작책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시장 예상을 뒤집고 추가 금리 인하 등 통화 정책도 공격적으로 구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꺾이고 있는 성장세를 의식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고려했다.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7월 25일 시중 금융기관에 2000억위안(약 38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는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3%로 0.2%p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앞서 7월 22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과 5년물 모두 0.1%p씩 낮추며 유동성 공급 의지를 밝혔다. 공상은행 등 5대 국영 상업 은행들도 보통예금 연이율을 0.2%에서 0.15%로 떨어뜨렸다.

소비 촉진을 위해 보조금도 더 풀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25일 전기자동차(EV) 등 신에너지차 교체 보조금을 1만위안(191만원)에서 2만위안(382만원)으로 올리고, 휘발유 엔진 차량에 대한 신규 매입에도 7000위안에서 1만5000위안으로 보조금을 올렸다.

1조 위안 규모의 초장기 특별 국채 가운데 3000억위안(약 2조7042억원)의 재정을 더 투입해 구형 소비재를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소비자들에게 주는 보조금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초점

중국 정부는 기술자립과 부동산, 지방정부 재정 위기 등 '3대 현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했다.

7월 30일 정치국 회의에서 나온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발전 촉진을 위한 신규 정책 시행'의 내용은 공급 과잉상황에서 인위적 부양은 하지 않고 부실 부동산 기업을 구조 조정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경제 회복이 늦더라도 대대적인 인위적 부양을 통해 거품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재고 주택에 대한 지방 국유 기업의 매입 및 저소득자 전용 주택 전환, 주택융자 금리 하한 철폐 등으로 부동산 문제의 금융 분야 확산 방지 정도가 시행됐다. 호구 제도 개혁을 통한 중소 도시로의 농촌 인구 유입 등도 부동산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됐다.

지방정부 재정 위기와 관련해서 중앙정부는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제도를 고쳐 재정 여력을 끌어올리겠다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중앙 정부가 독점하던 소비세 가운데 사치품, 기호품에 부과하는 소비세를 지방 정부에 배분하기로 했다. 부가가치세 공제·환급 정책과 공유세 분할 비율도 고쳐 지방 재정에 보탬을 주기로 했다.

도시정비·교육 등의 세목을 지방부가세로 합쳐 지방정부가 세율을 결정할 수 있게 하고 각종 사업에서 중앙정부의 재정 지출 비중을 높이기로 한 것도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지방정부 재정 개혁 등 단계적 지원당장 지방정부에 자금을 수혈해 주는 쉬운 방법은 택하지 않고 5년에 걸쳐 세제를 고쳐서 구조적으로 지방재정을 안정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단기적 처방 아닌 중장기적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가열되는 미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최우선 순위에 놓인 기술 자립을 위한 정부 산업정책은 더 강조됐다.

린이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은 지난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선택과 집중 등 특정 분야의 정부 지원을 축으로 하는 산업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린 원장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은 선진국과 같은 출발선에 있다면서 일본의 정체를 산업 정책을 통한 신산업 육성 포기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은 과거 일본처럼 미국의 오도 아래 산업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산업 정책 없이 세계 선두를 유지할 선진국은 없다"라며 중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김재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은 "중국이 3·4분기에 지방채권 발행·집행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인프라 및 제조업 투자에 대한 반사 효과가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기술력 상승으로 우리와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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