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트럼프에 도움 될까...흐름은 아직 해리스에 유리
2024.08.25 04:35
수정 : 2024.08.25 04:35기사원문
미국 민주당 명망가인 케네디 가문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23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미 대선 판이 흔들릴지 각 선거 캠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 아들인 케네디는 대표적인 음모론자 가운데 한 명으로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가 실제로 트럼프의 표를 늘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케네디 가문이 전통적인 민주당 명망가라는 점 때문에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표가 잠식당할 수 있다.
반면 케네디가 그동안 백신 음모론을 비롯해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공화당 유권자들로부터 더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충격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제정신 아닌 사람"
트럼프가 23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유세에 케네디를 깜짝 손님으로 초대해 그의 지지연설을 듣고 포옹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지만 공화당 내에서는 부정적 시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선거전략가 스콧 제닝스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케네디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kind of a looney tune)"이라면서 트럼프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네디의 지지와 합류가 '역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제닝스는 케네디 표가 11월 5일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모두 몰린다고 해도 이 음모론자 합류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케네디가 과거에는 진보계 음모론자였지만 지금은 보수계 음모론자가 됐다면서 일관된 점은 그가 음모론자이며 "많은 이들은 그를 좀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제닝스는 트럼프가 케네디에게 어떤 약속도 해서는 안 된다며 출구를 만들어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트럼프는 앞서 케네디가 자신을 지지하면 행정부에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가족의 가치에 대한 배신"
더 힐에 따르면 케네디 가문에서는 케네디의 트럼프 지지를 "우리 아버지와 가족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배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케리 케네디는 케네디 형제자매 4명과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을 희망으로 채우고, 밝은 미래에 대한 비전 공유로 함께 묶기를 원한다"면서 "우리는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미네소타 주지사)를 믿는다. 우리 형제 바비(케네디)가 오늘 트럼프를 지지하기로 한 결정은 우리 아버지와 가족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에 대한 배신이다"라고 못 박았다.
성명에서 이들은 "이는 슬픈 이야기의 슬픈 결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케네디 가문이 로버트 케네디의 트럼프 지지에도 불구하고 해리스와 그의 러닝메이트인 월즈를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함에 따라 민주당 표가 크게 동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지율 앞서는 해리스
해리스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22일 폐막한 민주당 전당대회(DNC) 컨벤션 효과를 즐기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패색이 짙었던 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사퇴하고 해리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선거 흐름을 뒤바꿔 놨다.
케네디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면서 경합주 판도에 변화가 생길 위험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해리스 돌풍으로 공화당은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경합주들 일부에서는...모멘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면서 공화당 내의 이 같은 불안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론 조사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따돌리고 있다.
더 힐의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49.5% 지지율로 트럼프의 45.9%를 3.6%p 차이로 제쳤다.
오차 범위인 5%p 내 격차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지지율이 8월 들어 하락하는 반면 해리스는 지난달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트럼프 측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편 22일 DNC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공식적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는 28일 경합주인 조지아에서 버스 투어 유세에 나선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