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 증가 시대 재개
2024.10.08 18:07
수정 : 2024.10.08 20:31기사원문
경제 상황에 따라 유동성이 늘고 주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유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가 '마셜 케이'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광의통화(M2)를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을 마셜케이라 한다. 위기가 오면 예외 없이 마셜케이가 증가했다. 특히 대봉쇄 때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마셜케이가 급증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을 들 수 있다. 1999년 말에 0.69였던 마셜케이가 2020년 2·4분기에는 0.89로 2분기 만에 28.8%나 증가했다.
마셜케이 증가에 따라 미국의 채권과 주식 가격이 급등했다. 자산 가격 상승과 더불어 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증가는 소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증가하면서 2020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2.2%에서 2021년에는 6.1%로 급격하게 올랐다. 그러나 유동성 증가에 따른 경기회복은 동시에 물가상승을 초래했다. 2020년 1.2%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에는 8.0%로 1981년(10.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과감히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 공급을 줄였다. 마셜케이가 2020년 2·4분기 0.89에서 올해 2·4분기에는 0.72로 18.5% 낮아졌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낮아지고 있으나, 소비 중심으로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연준이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을 단행한 이유는 다가올 경기침체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연준의 점도표에 중립금리가 2.9%로 나타나 있는 것처럼, 2026년까지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올해 4·4분기부터는 다시 마셜케이가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다.1990년 이후 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마셜케이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의 상관계수가 -0.72였고, S&P500과의 상관계수는 0.86이었다. 마셜케이가 증가하면 시장금리는 하락하고 주가지수는 상승했다는 의미이다.
중국 인민은행도 지난 9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2010년 1.78이었던 마셜케이가 2023년 2.32로 증가했다. 2000~2023년 통계로 분석해보면 중국의 마셜케이가 1% 증가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1.4% 상승했다.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발표 이후 상하이종합지수가 4일 만에 21.4%나 급등했지만, 증가하는 마셜케이를 보면 더 오를 수 있다.
우리나라 마셜케이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한 단계씩 높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 0.86(1996년)이었던 마셜케이가 2022년에는 1.64로 증가했다. 그 이후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올해 2·4분기에는 1.58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한국은행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에 동참할 전망이다. 2000~2023년 통계로 회귀분석해보면 마셜케이가 1% 증가할 때 코스피(KOSPI)는 2.6% 상승했다. 이를 고려하면 코스피는 10% 이상 저평가 상태에 있다.
앞으로 2년 정도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 시대일 것이다. 금융자산 가운데 채권과 주식 비중을 늘려도 될 것 같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