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1.5억 털린 보험사기 성지"...초보운전 울리는 '공업탑 로터리'

      2024.10.23 13:26   수정 : 2024.10.23 17: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 공업탑로터리가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합의금과 보험금을 챙기는 보험 사기꾼들의 이른바 '성지'가 되면서 대책 마련을 위해 국무조정실이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섰다.

23일 국무조정실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2024년 9월 약 3년간 울산 공업탑로터리에서 보험 사기로 확인된 고의 교통사고는 총 43건으로, 지급된 보험금은 1억 4892만원에 이른다. 보험금 외에 개인이 뜯긴 합의금 등을 포함하면 수 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업탑로터리의 경우 단일 지역에서 발생한 고의 교통사고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울산 신복로터리(현 신복교차로) 15건, 광주 A 교차로 14건 등 상위 3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에서는 불과 2~4회에 그쳤다. 이는 교통사고를 가장한 한 보험 사기가 유독 울산 지역 로터리에서 극성을 부린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 공업탑로터리는 초보 운전자와 초행길 차량들이 진입 후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어 오래전부터 악명이 높다. 당황한 운전자들이 쩔쩔매면서 로터리를 몇 번씩 돌거나 접촉사고를 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국무조정실이 고의 교통사고로 확인한 43건 중 다수는 조직적인 범죄로 알려졌다. 로터리를 주시하다가 운전이 미숙한 차량을 보이면 접근해 접촉사고를 일으키는 유형이다. 공업탑로터리의 경우 5개 방향에 진출입로가 있어 평소 교통량이 많은 데다 차량들의 진로 변경이 잦은 구조인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접촉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판단한 수많은 보험 사기꾼들이 울산 공업탑로터리를 마치 '성지'처럼 여기고 이곳에서 한 번씩 경험을 쌓는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면 꼬리가 잡힐 수 있기 때문에 공업탑로터리에서 발생한 이처럼 많은 보험 사기 범죄는 즉, 한두 명이 아닌 다수의 보험 사기꾼들이 개별적으로 저지른 범죄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울산경찰은 지역 주요 교차로에서 신호를 어기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에 일부러 접근해 들이받아 고의 사고를 내 20대 B씨 등 18명을 보험 사기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울산시민들은 이 같은 범죄에 분노하면서도 차량 보험 사기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을 보고 있다.

한 택시 운전기사는 "로터리 구조 상 진로 변경 차량들의 측면 접촉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마다 고의 여부를 확실히 가려내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울산경찰청도 여러 이유를 들어 공업탑 로터리에서 발생한 보험 사기 사건의 현황을 별도 집계하거나 분석한 자료가 없고, 이에 따른 범죄 예방 대책도 수립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실에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직접 조사단을 꾸려 울산 공업탑로터리와 신복로터리에 대한 현장 점검을 벌였다.
국조실이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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