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 파병 확인한 서방, 우크라 지원 강화 나설까
2024.10.24 16:12
수정 : 2024.10.24 16: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공식 확인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안보 지원 강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고, 이 발언 두 시간 가량 후 나토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증거를 동맹국들이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와 우리 국가정보원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 사실에 그간 신중하게 대응해왔던 미국과 나토가 이를 공식 확인하면서 국제사회는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동맹국과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한국의 안보는 물론 북중 관계와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과 관계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동맹이 강화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신감을 강화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추가적인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 제3국이 참전한 것이 확인되면서 서방의 지원에 다시 속도가 붙을 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려한 미국과 영국 등이 난색을 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되자 우크라이나의 서방을 향한 지원 요구는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설을 제기하면서 서방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커비 백악관 보좌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확대하고, 러시아 전쟁을 돕는 이들을 겨냥한 제재를 며칠 내로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미 의회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미국이 지원한 무기의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터너 정보위원장(오하이오)은 이날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미국 제공 무기로 대응하도록 조 바이든 대통령이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를 침공하려 한다면 미국이 북한군을 겨냥해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취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맞파병론까지 언급되고 있는 가운에, 나토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더 많은 경제적, 인도적 지원이나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강화해야 할 의무감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고 서방이 대응할 경우 "가혹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가 실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러시아는 최근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