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대법 판단은
2024.11.19 12:00
수정 : 2024.11.19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존재하지 않는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이용 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실제 영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형법상 협박죄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10월~2023년 3월 교제하다 헤어진 여자친구 B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만나달라"며 B씨를 불러냈고, 말다툼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를 살해하기 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도 적용됐다.
쟁점은 성관계 영상을 직접 촬영하거나 소지하지 않은 A씨에게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이용 협박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A씨는 존재하지 않는 영상을 있는 것처럼 속여 B씨를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처벌법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자를 형법상 협박죄보다 가중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1심과 2심은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이용 협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형법상 협박죄를 적용했다. 성적 촬영물을 가지고 있었다면 협박 당시 소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적 촬영물 이용 협박에 해당하지만, 당초 성적 촬영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촬영물 유포는 인격 살인에 버금갈 정도로 피해자에게 고통과 공포심을 준다"며 "피해자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비춰 보면 무죄로 판단한 촬영물 이용 협박에 준할 정도로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질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협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하급심 판결을 유지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