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장기화' 韓 신용도에 부정적,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신용도 위협

      2024.12.09 06:03   수정 : 2024.12.09 08:45기사원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로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국가 신용도는 물론 국책은행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가계 및 기업들의 원활한 유동성 공급자의 역할을 하는 국책은행 신용도가 흔들리면, 국내 기업들에 부정적 여파가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어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신용평가사를 직접 만나겠다고 할 정도로 국가 신용도에 민감한 이유다.



■ 탄핵정국 장기화, 韓 신용도+국책은행 신용도 '불안'
9일 금융투자업계과 신용평가업계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의 장기화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이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물론 국책은행 신용도에도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을 등급상한(ceiling)으로 두고 있다"면서 "따라서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많은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는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신용등급이 가장 먼저 동반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3사는 일제히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S&P는 계엄 사태 여파가 한국 신용도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했지만, 장기화될 경우 부정적 전망이 붙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와 무디스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후폭풍이 적시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AA-/안정적' 수준으로, S&P는 AA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2015년 12월 Aa3에서 Aa2로 상향한 후 10년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관계부처 합동 성명에서 "무엇보다도 대외신인도가 중요하다"며 "우리 경제상황과 정부의 대응을 국제사회에 알려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해외투자자, 국제사회와 적극 소통하겠다"며 "국제 신용평가사들과 직접 만나고, 국제금융 협력 대사를 국제기구와 주요국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리스크에 기업들 유동성 '불안감'..."엎친데 덮친격'
국책은행, 시중은행의 등급 하락은 기업의 유동성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은행들은 기업들의 신용보강으로 국내외에서의 시장성 조달을 지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해외채 차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액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1월 1일~5월 24일 기준 외화채권 발행 규모는 257억달러(약 36조5000만원)를 기록했다. 한국물 연간 발행액은 2017년~2020년 평균 341억 달러였으나 2021년 467억달러, 2022년 483억달러, 2023년 523억 달러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500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해외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자금 조달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신용도는 기업들의 '생명줄'이다.

기존 미중갈등, 미국 재정적자 확대, 일본의 통화정책 차별화 등이 한국물에 점차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여기에 국가신용도는 물론 기업들의 신용도 불안까지 겹쳤다.

시장 관계자는 "여러 요인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전반적 조달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했다.

채권시장은...금통위 기준금리 인하 효과 '되돌림'
윤 대통령 탄핵 장기화는 채권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결국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무색하게 만들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계엄령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1bp(1bp=0.01%p) 오른 연 2.626%까지 올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며 지난 3일 연 2.585%로 연중 최저치를 찍었으나 계엄령 여파로 하루 만에 되돌림 현상을 보인 셈이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3년 2개월 만에 25bp 내린 데 이어 11월 25bp 추가 인하에 나섰다. 이에 기준금리는 3.0%를 가리키고 있다.

침체 국면 전환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회사채 투심은 급격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앞서 한국은행이 내년 1%대 성장을 전망한 가운데, 한국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의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채권평가사 키스자산평가(Kis넷)에 따르면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6일 기준 0.603%p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18일 0.568%p였던 스프레드는 이달 2일 0.603%p로 확대된 후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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