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양자컴퓨터 최대 기술적 장애 해결...2030년 전 실현 가능 전망
2024.12.10 03:06
수정 : 2024.12.10 03:06기사원문
알파벳 산하 구글이 9일(현지시간) 양자컴퓨터 구현 최대 기술적 장애물 가운데 하나를 해결했다.
2029년 말까지는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양자 시스템의 내재적인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신기원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양자중첩을 활용한 컴퓨터로 암호해독과 같은 특정 분야 계산에서 일반 컴퓨터로는 사실상 계산이 불가능한 것들을 순식간에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지금의 암호체계는 무용지물이 되고 전세계 안보, 금융시스템이 일시에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구글은 앞서 지난 8월 양자컴퓨터 구현이 실제로 가능한 신기술 발견에 관해 비공식적으로 관련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고, 이날 동료 과학자들의 검증까지 마친 최종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었다.
구글은 이 논문에서 이전보다 더 강력해진 양자 반도체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 반도체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실용적인 양자컴퓨터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구글은 자신했다.
양자컴퓨터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번 과학적 발견은 1942년 과학자들이 인위적인 핵연쇄반응을 만들어낸 것과 비견된다고 보고 있다.
핵무기, 이후 원자력발전의 토대가 된 핵연쇄반응은 이론적으로는 오랫동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장비를 구축하고, 실제로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바 있다.
구글의 이번 기술적 돌파는 이미 90년대부터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다.
MIT(매사추세츠공대) 물리학 교수 윌리엄 올리버는 “이는 이미 90년대 이론으로 제시된 바 있다”면서도 구글이 이 양자컴퓨터 시범 구동에 나서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오스틴 텍사스주립대의 컴퓨터과학 교수 스콧 애런슨은 “이론을 기술로 구현하는 데는 대개 수십년이 걸린다”면서 “이번에도 그랬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1과 0의 양자택일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면서 계산이 이뤄지는 전통적인 컴퓨터와 달리 1과 0 모두에 확률적으로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역학을 이용한 컴퓨터다. 일련의 흐름을 거친 뒤에 결과가 나오는 일반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마치 경험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무언가를 알아채듯이 양자중첩을 이용해 순식간에 연산 결과를 이끌어낸다. 과정은 모르지만 답은 아는 것과 같다.
다만 이렇게 도출된 답은 확률적인 것이어서 여러 차례 연산을 거쳐 가장 확률이 높은 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 순식간에 끝나기 때문에 암호해독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양자컴퓨터는 일반컴퓨터가 수백만년 걸려도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신약개발 등에도 양자컴퓨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금까지는 이론적으로 배경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양자비트(큐비트(qubits)) 안정성이 문제였다. 큐비트는 일반 컴퓨터의 비트와 달리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실제로 컴퓨터 연산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큐비트가 갖고 있는 정보가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큐비트의 속성으로 인해 큐비트가 많아질수록 양자컴퓨터 연산 능력이 확대되지만 동시에 ‘노이즈’ 역시 증가하면서 에러가 누적되는 것이 큰 문제였다.
과학자들은 이를 해결하는 이른바 ‘에러 교정’ 기술이 구현될 날을 고대해왔고, 구글이 이를 실현했다.
구글은 동일 정보를 한 개 이상의 큐비트에 인코딩해 양자컴퓨터 연산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한 상태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구글 연구진은 노이즈를 없애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양자컴퓨터 연산이 유용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3*3 큐비트 격자를 5*5, 7*7 큐비트 격자로 바꿨다. 연구진은 큐비트 격자를 더 촘촘히 하자 매 계산 과정에서 에러가 절반씩 줄었다고 밝혔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양자컴퓨터 개발을 가로막는 기술적 걸림돌을 돌파한 것이다.
구글은 큐비트 집적도를 높인 덕에 큐비트 존속 시간이 약 100마이크로초(1만분의 1초) 가까이로 연장됐다고 밝혔다. 이 역시 순식간이지만 기존 하드웨어에서 구현가능했던 것보다 5배 긴 시간이다.
구글은 아울러 이번 기술 돌파구 덕에 양자컴퓨터 구현 자체가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은 2029년까지 양자컴퓨터 구성품 비용을 지금보다 10분의1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 양자컴퓨터 책임자 하트무트 네벤은 온전한 양자컴퓨터 시스템 구축 비용이 약 10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아이온Q는 구글의 기술적 신기원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아이온Q는 오후 장에서 전장대비 3.64달러(9.59%) 폭락한 34.33달러로 추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