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급류타는 북·미 관계-전문가 긴급좌담]한반도 평화 발판…多者경협 시대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13 05:12

수정 2014.11.07 12:32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 발표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 경제적 기류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수교마저 점쳐지면서 한반도 문제는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이재영 한양대교수(경제학) 신율 명지대교수(정치학) 이헌경 민족통일연구원 소장(정치학)등 전문가 3명의 긴급 좌담을 통해 급변하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정치·경제적 역학관계 등을 심층 진단했다.

▲이헌경 소장=빌 클린턴 미 합중국 대통령이 연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수교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바꾸는 등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요,6·25 한국전쟁 이후 적대관계에 있는 상태에서 방북자체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합의문에서 중요한 사항은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것과 함께 평화협정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빌 클린턴 대통령 혹은 미합중국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여러가지 얘기들이 나올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두분의 고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영 교수=뭐 나중에 얘기가 재론되겠습니다만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경제적인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이 중동평화협상에서 진척되는 사항도 없고해서 대안적 방안으로 거론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을 수 있습니다. 어느정도는 내치용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곧 있을 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죠. 아마 클린턴 대통령이 곧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인데 다음 수순으로 방북을 결정한 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여하튼 클린턴이 방북을 하게 되면 북한으로서는 많은 경제적 이득을 보리라 여겨지고,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논리를 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역대 미국정권들 중에서 클린턴정권이 가장 북한에 우호적인 모양세를 표하고 있다는 판단이 섭니다. 우선 북한이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외국으로부터 각종 지원혜택이 따르지 않겠습니까. 미국 역시 그동안 북한 진출을 목적으로 많은 준비를 해오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통신시설에 대한 연구프로젝트가 끝난 상황인 점을 감안 한다면 미국은 북한에 진출할 목적으로 다양하게 연구해 왔고 진행중인 것으로 판단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소장=중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이 서두른다는 데 있습니다. 정치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미국과 수교를 서두르는 북한의 입장은 곧,체제안정 내지는 유지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는사회주의 붕괴 이후 경제침몰 과정을 목도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이 이번에 표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마디로 위기 의식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경제극복 없이는 체제유지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받아들인 셈이지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양측이 서두르기는 서두르되 클린턴 대통령 임기 내에 완전한 외교관계로까지는 가지 않으리라 봅니다. 2001년 초면 신정부가 들어서고 한편으로는 의회의 인준절차가 남아 있는 이상 덥석 정상외교관계를 체결하기 보다는 현재보다 한걸음 진보된 외교관계로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이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부분은 제가 생각하기로는 ‘테러지원국’ 해제라고 보여집니다. 미국은 국제금융기구에서 테러지원국가에 대한 차관제공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모를리 없는 북한이 당연히 테러지원국해제를 끊임없이 요청하지 않았나 싶고요,조명록 특사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도 선뜻 테러지원국가해제라는 선물을 북한에 안길 수 없는 국내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가온 대통령 선거입니다. 선거용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가라는 멍에로부터 해방시켜준 것 아니냐는 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북한도 미국이 자유롭게 테러지원국으로 해제할 수 있도록 미국측에 선물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율 교수=클린턴의 방북은 지난 94년 제네바에서 체결한 북미기본합의서 연장선상에서 봐야합니다. 그동안 양국은 정상화를 위한 수차례의 회담을 거듭해왔고 급기야는 클린턴 방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도출해 낸 것이죠. 클린턴 방북의 의의는 평화협정체결에 있다고 여겨집니다. 저도 공동선언문을 봤지만 4자회담 등 여러가지 방안을 가지고 평화협정체결을 위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지만 ‘2+2’가 확실히 미국을 위한 구도지 다자간 협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클린턴이 방북한다고 해서 당장에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도래하리라는 생각보다는 이성적 판단도 필요하다고 여겨지네요. 평화협정보다는 상호불가침협정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이 소장=미국은 북한이 이렇게 변하는 것이 시장경제체제의 도입을 위한 것인지 단지 체제안보를 위한 전술로서 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에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지요. 그렇기에 한국이 보증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동북아 개발은행입니다. 한국과 일본,미국이 돈을 지출해야 할 상황에서 한국이 이 점을 보증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국으로서는 통일비용을 줄이고 통일을 생각할 때 상당히 버거워질 수 있는 부분이지요.

▲신 교수=미국에선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 행정부와 의회간에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조 특사가 만찬에 참석했을 때 공화당원들은 전혀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도 행정부와 의회가 의견조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실제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에 있어 남한 기업의 북한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잖아요. 클린턴 방북에 이어 미국 기업이 진출하고 동북아 개발은행의 존재가 북가되는 등의 급작스런 변화는 너무 성급한 전망같습니다.

▲이 교수=신 교수의 말씀은 남북교류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다자간에 북한 경협에 참여하면 북한의 보장여부에 상관없이 쉽게 몰수조치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여러가지 국제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시스템의 변화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정치적 관계를 떠나 북한내에서 어느정도 개발을 할 수 있는 것인지,자본주의 시장체제를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세계 각국은 2001년 초에 인민회의가 열릴 때 투자보장협정,이중과세방지법 등이 채택돼 법제화되면 북한도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는구나 안심할 수 있겠지요. 내부변화가 필요합니다.

▲이 소장=한국은 민족통일 차원에서 대북투자를 하지만 미국은 교역차원에서 별로 이득될 게 없습니다. 미국은 전세계를 상대로 교역을 하기 때문에 북한을 특정 대상화 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굳이 따지자면 교역차원에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광산자원,특히 마그네사이트 정도 되겠지요. 북한은 인프라가 안돼 있고 기업시설도 형편 없어요. 한반도 정세도 안정되지 않아 믿음이 별로 없어요. 당분간 미국 기업들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겠지요.

▲이 교수=러시아를 예로 들면 시장을 개방할 때 인프라 시설 낙후,뇌물수수 등 부패고리 만연,의사결정구조 복잡 등 최악의 상태라고 학술회의나 언론에서 연일 보도했지요. 그러나 서방세계의 대러시아 투자중에서 미국이 45%를 차지하고 있어요. 사업여건이 안된다고 떠들면서 왜 해외 외국인 투자 중 45%를 차지했을까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달랐지요. 경제적인 이득이 충분했다는 반증입니다. 북한에도 이득이 있어요. 지경학적인 위치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특히 북한의 기간시설은 구소련 때 설비된 것으로 노후화되면서 현대화시키는데 러시아 자금력이 부족합니다. 북한은 한국자본 투입을 통해 복구를 희망하는데 이미 한국정부와 논의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과 북한 3자 협력체제를 구축해 북한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소장=북한의 기계설비가 노후화돼 교체해야 한다고 하는데 러시아제를 또 쓰는지,아니면 부품구입이 용이한 서방세계의 부품으로 바뀌는지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또 남한은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책이 있을까요.

▲이 교수=남·북·러시아 3자 간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실무위원에서 실사를 통해 해체할 것과 보수해야 할 것을 선별해야 하지요. 백지상태가 아닌 상황이므로 자본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어요. 북한내에 중국합작도 있지만 중국자체가 자국 개발에도 바빠 외국투자에는 여력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신 교수=러시아와 북한의 인프라 구축상태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어요. 러시아는 한때 미국을 상대하는 또 하나의 한축으로 모든 수준이 최고일 정도였지요. 반면 북한은 1년에 150만톤의 식량이 부족하고 4명 중 1명은 기아상태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과 남한 기업들이 북한에 어느정도 매력을 갖고 있는가가 회의적입니다.

▲이 교수=북한의 시설 교체 등에 대해 남한은 실제 부담능력도 없고 기업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지요. 대륙횡단철도는 파급효과가 엄청나지요. 미국이 참여하고 공동운영하자는데 남북이 안하겠습니까. 미국은 현실적인 동북아 역학관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요.

▲이 소장=남북정상회담전까지는 남북한 서로가 실체를 부인했는데 회담이후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남북간 당사자라는 인식이 확고해진 것 같습니다. 중국은 북미 관계 개선에 환영하고 있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북한에도 침투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신 교수=평화협정의 문제가 자장 중요한 이슈지요. 북한이 의미하는 평화협정인지, 주변 4자 회담인지 분명하지 않아요. 평화협정의 의미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주도권에 변수가 작용하지요. 주변 강국들은 미국의 지나친 팽창을 경계해요. 일본 모리총리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개인적으로 감명받았다면서도 북일정상회담을 서두른 것은 북미간의 급진전을 고려한 처사지요.

▲이 소장=주도권은 현재 한국이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한국이 확고히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투자진출에 있어 한국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북한문제는 경제적으로 풀어야 하는데 한국을 축으로 해서 풀 수밖에 없습니다.

▲신 교수=북한내부에 대해 북미수교가 북미진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합니다. 주도권,북미관계를 비롯한 북일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겁니다.

▲이 교수=지금 진행되는 남북,북미 관계는 정상급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북한주민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우상이 대단하지요. 북한의 눈과 입은 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언론인데 이후 언론의 상황을 보면 북한 내부의 반응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교수=과연 북한이 변하고 있을까요. 북한이 실용적인 입장으로 조금씩 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모델은 두가지인데 중국식과 고르바초프식이지요. 점진적으로 서구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일 것이지만 김위원장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신 교수=북한내부의 충격은 클 것입니다. 94년 북미 기본합의문 발표 이후 미국에 대한 표현이 완화됐지만 충격은 대단하겠죠. 김 위원장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은 “미 제국주의 괴수가 백기를 드고 사회주의에 항복하러 왔다”고 했어요. 클린턴 대통령이 먼저 방문하는 것도 내부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군부내 보수세력들은 상당한 거부감으로 혼란상태에 빠질수도 있지요. 무사히 넘어야만 다음단계로 진행될 수 있어요.

▲이 교수=유라시아 정책에서 지속적으로 남북관계에 주변 4강과의 관계 구축을 필요로 합니다. 실사구시정책으로 지속적으로 나가야 된다고 봐요. 미국의 영향력에서 독자성을 가져야 하지만 일본과 미국과 공조를 잘 활용하면서 남북관계를 접근해야 합니다.
과거 근대화에서 잃어벼렸던 아쉬운 역사를 되풀이 해서는 안되죠. 먼저 남남 화합을 하고 남북한 화합을 추진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신 교수=북미관계는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북미 공동발표문에는 미사일과 핵문제가 빠져있어요. 세계 3대 미사일 수출국인 북한에 대해 미국은 개발중지와 수출금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핵은 북미 기본합의문을 준수해야 한다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갔어요. 두가지 문제는 북미관계개선의 핵심인데도 합의가 도출안됐다는데 주목해야 합니다. 또 북미 관계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의회의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죠. 북미진전은 사실 남한 국민들을 상당한 혼란에 빠뜨릴 우려가 있어요. 이런 혼란을 잘 극복하고 국민적 합으리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지요.

/정리= jongilk@fnnews.com 김종일 조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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