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금융 수도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쪽으로 38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구 50만의 작은 도시 하노버는 전세계 디지털 향연을 위한 축제 물결로 넘쳐났다. ‘CeBIT(Center for Bureau of Information and Telecommunications) 2005’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삼성(SAMSUNG)’광고판이다. 유럽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 전시회에 1700만달러를 투입했으며 2300여명의 바이어가 상담을 예약해놓은 상태다.
본사에서만 350명의 임직원이 행사를 위해 하노버를 찾았다. LG전자는 삼성의 3분의2 규모이지만 기술력에서만은 세계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력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프리텔을 비롯한 한국의 202여업체가 참가, 디지털가전 및 정보통신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첨단 디지털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10일 오전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삼성전자 통신관을 방문, 휴대폰을 직접 시연했다.
슈뢰더 총리는 “휴대폰안에 첨단기능이 모두 다 있다”며 놀라움을 표시한 뒤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어떤 제품을 파는가, 독일 시장의 전망이 어떠냐”는 등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에게 물으며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편집자주>
【하노버=노종섭기자】유럽의 맹주 필립스가 참가를 포기한 가운데 유럽업체의 퇴조현상이 뚜렷해지고 아시아 지역 업체가 전면에 나서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중에서도 21홀에서 30m가량의 간격을 두고 자리잡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스에 개막부터 방문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최지성 사장은 “국내 업체는 일본 전자업체들의 부활과 중국 전자업체의 도약 등으로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이번 전시회를 통해 국내 업체가 승기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크기의 제품인 8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 71인치 디지털라이트프로세싱(DLP) 프로젝션TV, 102인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등은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102인치 PDP TV를 선보여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삼성전자는 82인치 LCD TV와 71인치 DLP 프로젝션 TV를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임으로써 디지털TV의 ‘3관왕’의 위업도 달성했다.
570평 규모의 ‘정보관’에는 이들 빅3 디지털TV 외에도 대대적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초슬림TV, 200만화소 초소형 메모리캠코더 ‘미니켓’, 렌즈 분리형의 ‘스포츠캠’, 디지털카메라와 게임기 겸용의 MP3플레이어, 패션 레드 노트북(센스 Q30) 등을 선보였다.
이들 부스에는 특히 바이어 외에 외국의 경쟁업체 관계자들이 높은 관심을 표명했으며 특히 일본 업체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성장속도가 놀랄 정도”라며 “밝기, 명암비 등을 비롯한 화질이 일본 업체를 능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제품을 디지털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특히 캠코더 전시대를 찾은 방문객들이 캠코더를 직접 시연해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 등 일본에 비해 낮게 평가받고 있는 캠코더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몫을 했다.
삼성전자는 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인(일명, 프랑크푸르트선언)을 선언한 프랑크푸르트에서 버스로 4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한 하노버에서 또다른 신화창조에 도전한다.
LG전자가 양산형 제품으로는 세계최초로 지난 2003년 7월 출시한 71인치 PDP TV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71인치 PDP TV는 물론 패키지로 판매되는 홈시어터를 금장(金裝)해 ‘Luxury Gold Design’을 채용함으로써 최고급 플래티넘 이미지를 강조했다.
LG전자가 세계최초로 XGA급에서 Single Scan 구동기술을 적용한 42인치 PDP TV는 바이어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 XGA급에서 적용되었던 Dual Scan 구동기술에 비해 부품수가 현격히 절감되는 동시에 성능개선이 이뤄져 가격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이어들의 즉석 상담이 잇따랐다.
LG전자가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55인치 일체형 LCD TV 전시대에도 외국인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독일인 바이어는 “기존의 LCD TV의 사각단점을 보완한 제품으로 어느 위치에서나 뛰어난 고화질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거래의사를 밝혔다.
기존 브라운관(CRT)TV의 두께를 30㎝로 줄여 ‘브라운관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삼성전자의 초슬림TV와 LG전자의 슈퍼슬림에 대해서는 외국의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불룸버그와 CNN 등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를 잇따라 방문, 취재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내 중견전문업체의 활약도 눈부셨다. 현대이미지퀘스트는 디지털 튜너 일체형 LCD TV 제품군을 대거 선보였다. 이 회사는 해상도 1920×1080로 HD 방송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55인치 LCD TV를 비롯해 26, 32, 37, 40인치 일체형 LCD 제품 등 디지털 TV 라인업도 공개했다.
이레전자는 멀티미디어 기능의 PDP TV를 비롯해 최근 출시한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인 PMP와 듀얼모니터(더블사이트), 네트워크모니터(네오투스) 등 ‘IT가전 컨버전스’ 제품을 선보였다. 디지털TV는 60인치 PDP TV와 40인치 LCD TV 및 다양한 크기와 사양의 제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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