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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K 캠페인]고사리손이 깨운 잠든폰 300여대 “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22 13:11

수정 2014.11.07 17:34



“환경파수꾼이 되겠습니다.” “중고폰에 새 생명을 불어 넣겠습니다.” “소중한 자산을 마구 버리지 않겠습니다.”

파이낸셜뉴스와 환경부, 정통부, 시민단체, 통신업체 등이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MRK(모바일 리사이클 코리아) 캠페인’에 초등학교 고사리손들의 동참이 시작됐다.

현재 초등학생 휴대폰 사용 비율은 전체 사용자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 15일부터 서울과 수도권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시작한 폐휴대폰 집중수거 시범캠페인을 지켜본 교사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난 20일 서울 신구로초등학교와 은천초등학교를 찾아가 중고폰 및 폐휴대폰 수거현황을 둘러봤다. 나흘동안 두 학교에서 모은 폐휴대폰은 300여대를 넘어섰다.

■폐휴대폰은 환경오염의 주범(신구로초등학교)

신구로초등학교 박경남 과학부장은 학생들이 집에서 가져온 폐휴대폰을 하나하나 분류중이었다. 박교사는 검은 액이 질질 흘러나오는 폐휴대폰을 들고온 한 학생을 보고 순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학생이 들고온 폐휴대폰의 겉모양은 큰 손상없이 멀쩡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휴대폰 배터리에서는 뜨거운 날씨 탓인지 검은 액체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이 휴대폰을 들고 온 학생은 “부모님이 일반 쓰레기에 폐휴대폰을 버리지 말라고 해서 오랫동안 창고에 보관했다”며 “이제 폐휴대폰을 반납했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박교사는 그 자리에서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휴대폰에 금과 은, 파라듐 등의 금속이 많이 포함돼 있어 폐휴대폰을 거둬들여 재활용하면 이익이지만 납과 카드뮴 등 유해물질도 들어있어 매립이나 소각될 경우 환경에 피해를 준다”고 강조했다.

이 학교 이상필 교장은 “지금까지 수거된 폐휴대폰은 중고폰 1개를 포함해 90개나 된다”며 “학교에서도 폐휴대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6학년4반 유상돈군(13)은 “부모님이 그동안 집안에 굴러다닌 폐휴대폰을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지 못하게 했다”며 1년이 넘게 폐휴대폰을 보관한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반 이용현군(13)도 “장롱속에 보관하던 못쓰는 휴대폰 2개를 학교에 가져왔다”며 “잦은 고장으로 휴대폰 수리가 불가능했지만 부품별로 분리하면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친구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우리학교에는 보물상자가 있어요(은천초등학교)

아파트와 연립주택으로 둘러싸인 곳에 자리잡은 서울 봉천동 은천초등학교. 겉에서 보기에는 서울의 다른 초등학교와 다를 바가 없다.

운동장에는 먼지가 뽀얗게 날리도록 뜀박질을 하는 아이들. 공놀이, 줄넘기 등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뛰노는 활기찬 모습의 아이들 웃음으로 넘쳐난다. 하지만 이 학교 교무실에는 무언가 특별한 상자가 있다.

교무실 한켠에 놓인 커다랗고 노란 상자. 그 상자 가득 보물처럼 폐휴대폰들이 담겨있다.

“집에서 놀고 있는 휴대폰 하나 가져오는 게 환경에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모인 휴대폰들을 보니 뿌듯하고 기분이 너무 좋아요.”

6학년 박슬기양은 보물상자속에서 소중한 보물을 꺼내듯 조심스럽게 손때가 묻은 구식 휴대폰을 꺼내들며 환하게 웃는다. ‘쓰다 버리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고가의 휴대폰까지 일회용품 취급을 했던 슬기양에게 이같은 변화는 ‘산교육’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한다.

“백번 들어도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인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란 말은 이제 “백번 보아도 한번 체험하는 것만 못하다”라는 ‘백견이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휴대폰 속 부품 가운데 태우거나 땅에 묻으면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유해물질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명훈군(12)도 비장한 표정으로 한마디 거든다.

“폐휴대폰을 모아 외국에 수출하거나 휴대폰속 부품을 팔면, 돈도 벌 수 있잖아요.” 이상철(12)군도 이번 캠페인을 통해 절약정신을 배웠다고 한다.

이번 캠페인을 지휘한 라종훈 과학부장은 “현재는 장롱에 보관되고 있지만, 구입당시 많은 돈을 주고 구입했을 휴대폰을 선뜻 내주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속에 이번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우리 학부모와 학생들은 가슴속에 환경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많이 모이면 100대 정도 모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라교사의 예상과 달리 200대 정도의 폐휴대폰이 수거됐다.
전교생 10명당 1대씩을 가져온 셈이다.

이번주로 은천초등학교의 폐휴대폰 수거캠페인은 끝이 나지만, 전국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캠페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mindom@fnnews.com 박민철 문영진기자
■사진설명=서울 신구로초등학교 학생들이 폐휴대폰 수거함에 모인 휴대폰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서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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