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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고개숙이고 싶지 않다-성장 호르몬 주사]중장년 노화예방 ‘현대판 불노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2.21 13:58

수정 2014.11.07 11:09



50대 중반 김영숙씨는 최근 노화클리닉을 찾았다. 최근 들어 기력이 약해진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병원 측정 결과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어린이의 키를 키우는 데만 사용되는 줄만 알았던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70대 후반인 이말자씨는 걸을 때마다 숨이 차는 느낌을 받았다.
숨이 차고 힘이 없어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다. 이씨는 과체중에 의한 지방간과 콜레스테롤의 증가도 나타났다. 병원을 찾은 이씨는 심각한 노화증상이라며 성장호르몬 치료를 권유받았다.

최근 아이들의 키를 크게 하는 물질로 흔히 알려져 있는 성장호르몬(HGH)이 중장년기의 노화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판 불로초로까지 불리는 HGH의 정확한 효능과 복용방법, 부작용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성인이 성장호르몬 맞아도 되나

성장호르몬은 키가 작은 왜소증 어린이의 키를 키우기 위해서 개발됐다. 이 호르몬은 원래 뇌하수체에서 분비된다. 어려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성장’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키 크는 데 모두 사용된다.

성장호르몬이 성장에만 관여한다면 사춘기가 지나면 당연히 분비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40대에도 사춘기의 80%가량이 분비된다. 20대 이후 10년마다 평균 14.4%씩 감소하고 60세 이후에 정상의 50% 이하로 분비된다. 이때 결핍증상이 나타난다.

성장판이 닫히고 난 후에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성인의 대사작용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게 되면 노화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경희의료원 김성운 내분비내과 교수는 “노화증상이 발생했을 때 성장호르몬을 보충하면 복부지방의 감소와 함께 체지방의 분해가 이루어지고 근육이 증가된다. 또 골밀도의 증가, 성욕의 증가, 불면증, 갱년기 증상의 소실, 의욕과 기억력의 증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성인의 경우 지방의 분해가 잘 일어나지 않아서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률이 정상인보다 2배 증가한다.

성장호르몬은 아직 먹는 약으로 개발되지 않아 주사제로 치료한다. 성장호르몬 개발 초기에는 주사제를 인체의 뇌하수체에서 직접 추출했기 때문에 양이 부족하고 감염의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전공학의 발달로 사람 성장호르몬과 동일한 재조합 사람 성장호르몬을 사용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성장호르몬은 깊은 수면을 취하는 밤에만 나오는 호르몬이다. 보통 성장호르몬이 줄어든 노인들은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도 이와 연관된다. 이 사이클에 맞춰 성장호르몬은 매일 밤 자기 전에 주사한다.

■부작용은 없나

성장호르몬 치료 후 3개월 정도 지나면 환자의 지방이 뚜렷하게 감소하기 시작한다. 70대 이씨의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로 지방 감소가 근육의 강화로 이어지면서 운동을 전혀 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수영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을 보였다.

또 지하철 계단도 숨차지 않고 자유로이 오르내리게 되었다. 기억력도 호전됐으며 잠도 푹 잘 수 있게 됐다. 치료 전 환자는 거의 2시간밖에 자지 못했지만 치료 후에는 약 7시간의 숙면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에게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는 경우보다 성인은 10%가량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는 3% 미만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인 부작용으로는 두통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대개 용량을 줄이면 완화되거나 없어진다. 또 일시적인 염분 및 수분 증가로 부종이 오기도 한다. 성장호르몬이 과분비된 경우에는 말단비대증 같은 증상도 나타난다.

삼성서울병원 진동규 소아과 교수는 “성장호르몬은 저신장에 국한되어 인정받다가 최근 체지방 개선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면서 “근거없는 치료는 경제적인 부담뿐 아니라 부작용의 위험성도 크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맞춤형 치료 필수

노화는 나이를 기준으로 말할 수는 없고 생물학적인 여러가지 증상들로 진단해야 한다.

우선 피부의 노화는 간단한 테스트로 알 수 있다. 손등의 피부를 다른 손으로 5초간 잡아당겼다가 놓았을 때 2초 내에 늘어났던 피부가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늘어져 있다면 피부의 노화가 진행된 것이다.

시력 감퇴, 청력 감퇴, 머리 빠짐과 희어짐, 복부비만증, 성욕 감퇴 등도 노화의 증상이다. 이 모든 것을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부족 때문으로 설명할 수는 있다.


따라서 성장호르몬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일단 검사를 통해 신체 나이를 측정하는 게 좋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야만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화클리닉인 미퍼스트 최재호 원장은 “물론 나이가 들면 누구나 성장호르몬이 감소한다”며 “하지만 젊어지고 싶다고 무조건 성장호르몬을 맞기보다는 혈액검사 등 여러가지 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충분한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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