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경인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송도경제자유구역 이정표를 따라 가다 보면 광활한 대지에 타워크레인과 공사차량이 분주히 오가는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이 우리나라 핵심 성장동력으로 거듭나는 인천 송도국제자유구역 국제업무단지 현장이다. 오는 2014년까지 24조원 이상이 투입돼 동북아의 핵심 허브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공사 진행) 설치는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외자유치·정부 지원)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 규제의 상징인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국제업무단지 조성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범정부적인 세제 지원도 미미해 동북아 허브로 발돋움하는 송도국제업무단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랜드마크 등 하드웨어 순조롭게 진행
송도국제도시는 지난 2003년 정부가 지정한 인천(송도·영종·청라), 부산·경남 진해, 전남 광양만권 등 3개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활기차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94년 인천 송도 앞바다의 광활한 갯벌을 메우는 공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1∼4공구 383만평의 매립이 완료됐다. 이 중 ‘국제업무단지’로 명명된 1공구 및 3공구 173만평에 포스코 건설과 미국의 부동산개발 전문회사인 게일 인터내셔널이 참여, 속속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국제업무단지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주상복합 ‘더�u 퍼스트월드(the# 1st World)’는 64층 규모의 타워형 4개 동과 판상형 8개 동으로 구성돼 주목을 끌었다. 단지 안에 폭 16m, 길이 350m의 수로를 설치하고 독특한 외관설계로 지난 2005년 5월 분양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바로 옆에는 아름다운 모습의 웅장한 아치를 드러낸 컨벤션센터 현장이 자리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지어지는 컨벤션센터는 무려 3000평의 공간을 기둥 없는 무주(無柱)공간으로 설계해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더�u 퍼스트월드 건너편에는 2005년 제정된 외국 교육기관특별법에 따라 설립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학교 공사가 한창이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2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학교는 미국의 명문사립 밀튼 아카데미와 제휴해 운영될 예정이다.
포스포건설 관계자는 “국제업무단지 내에 설립되는 만큼 동북아시아의 최고 수준의 교육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 2월1일에는 300m 높이의 65층 건물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와 중앙공원, 컨벤션센터호텔이 한꺼번에 착공돼 국제업무단지로서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국제업무단지 개발의 주역으로서 송도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난 1월25일 37층짜리 쌍둥이 빌딩인 송도 사옥을 착공하고 오는 2010년에 서울 사옥을 이곳으로 이전키로 했다.
한수양 사장은 “그만큼 송도 국제업무단지가 포스코건설에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를 통해 앞으로 원활한 개발과 자본유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부족으로 동북아 허브 위기
당장 오는 9월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는 큰 걸림돌이다.
송도 국제업무단지는 민간사업자인 NSC(New Songdo City Development·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가 인천시로부터 매입한 토지에 자체적으로 마스터플랜을 수립, 정부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받아 진행중인 사업이다. 즉 투자위험이 많은 업무·상업시설과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도로·중앙공원·컨벤션 등 기반시설을 주거시설과 연계해 국제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건설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따라서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공공택지로 간주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당초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취지에 크게 어긋난다는 게 포스코건설의 주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따른 주거시설의 수익성 악화는 송도 국제업무단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 기업과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이는 우리나라 정부의 경제자유구역 개발 의지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투자 위축을 불러 오는 도미노현상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지원 혜택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에서 조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업종은 제조, 물류, 관광호텔 등 3가지로 제한돼 있으며 1000만달러 이상의 시설설치가 수반돼야 한다. 이 조항은 글로벌 외국기업들이 송도에 관심을 갖다가도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송도사업단 노형기 마케팅 팀장은 “경제자유구역 조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을 확대하고 1000만달러 이상 시설설치 의무화 규정도 완화하거나 철폐해 외국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북돋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기업 유치를 위한 유인책도 부족하다. 외국인 및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의 유치가 동반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 유치를 위해 선행돼야 할 기업 종사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특례가 없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우선공급제도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제자유구역이 조성되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 올텐데 전체 공급 주택의 90%를 해당지역 거주자에게만 우선권을 주면 경제자유구역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며 “동북아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부터 먼저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