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총격사건으로 33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이 하루가 지난 18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제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버지니아 공대 등 미국 곳곳에서 열렸다.
미국 한인 사회는 18일 이 사건의 범인이 한국동포 학생 조승희씨(23·영문학과 4년)로 밝혀지자 비상 대책위원회를 열어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추모 기금 조성, 조문단 방문, 추도 금식 등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마련하면서도 한인 사회가 이 사건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33명의 사망자를 낸 총격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버지니아공대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모든 학사 일정을 중단하고 하루종일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버지니아공대는 이날 오후 조지 부시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학생·교수·지역주민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추모행사를 가진 데 이어 저녁엔 대학살의 현장인 노리스홀 인근 잔디밭에서 수천명이 참석, 촛불 집회를 갖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참석자들은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희생된 친구와 가족을 그리며 눈물을 흘렸고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결의를 다졌다.
참석자들은 또 8개의 나무판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글귀를 적고 희생자들과의 추억을 되살리며 명복을 빌기도 했다.
이날 미 전역으로 생중계된 추모식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런 비통한 때에 나는 여러분이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이 여러분을 생각하고 있고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평안함이 깃들 수 있기를 하느님께 간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슴에 슬픔이 가득한 채 오늘 블랙스버그에 왔다"면서 "오늘은 버지니아공대 커뮤니티를 애도하는 날이며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 공대 사건을 애도하는 조기를 오는 22일까지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각국의 정상과 정치인들은 17일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사건으로 30여명이 희생된 데 대해 미국에 위로를 표명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프랑스 시민들 이름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과 희생자 가족, 미국인들에게 깊은 연민과 유대감을 전한다고 밝히고 이번 인명 희생에 충격과 당혹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순번 의장을 맡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역시 부시 대통령과 미 국민에게 애도를 표하고 위로하는 내용의 전문을 백악관에 보냈다.
또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은 “그토록 많은 학생들이 살해된 데 대해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도 부시 대통령에게 전문을 보내 이번 학살과 관련해 연대감과 슬픔을 표명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미국인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블레어 총리는 “영국과 영국인들을 대신해 미국인들, 특히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기도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는 17일(현지시간) 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의 범인이 한국 동포학생으로 밝혀짐에 따라 희생자 유족은 물론 미국 사회 전체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자성하는 뜻으로 32일간 금식을 하자고 한인 사회에 제안했다.
이 대사는 이날 오후 8시 워싱턴 지역 교회협의회와 지역한인회 공동 주최로 기독교 신자들 8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에서 열린 추모 예배에 참석, “충격적인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 사회가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참회하며 미국 주류 사회와 다시 융합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32일간 교대 금식을 제안했으며 참석자들도 흔쾌히 응했다.
이 대사가 32일간 금식을 제안한 것은 조승희씨의 총기난사로 버지니아 공대 교수와 학생 32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희생자들 수에 맞춰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복을 빌자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사는 시종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이번 일은 말로 형언하기 힘든 사건”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조의를 희생자 가족과 미국 전체에 표하고 그들의 슬픔을 나누는 것이며 그들과 슬픔을 함께 하기 위해 우리 손을 내밀자”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은 우리가 가치 있는 소수 인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영혼을 새롭게 해야 하는 순간”이라며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대사로서 슬픔에 동참하며 한국과 한국인을 대신해 유감과 사죄를 표한다”며 애도를 표했다.
한편 권태면 워싱턴 주재 한국총영사는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석한 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필립라고 부보좌관을 만나 “노무현 대통령과 송민순 외교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한국 정부와 국민은 이번 사건에 대해 큰 슬픔과 충격을 느끼고 깊은 애도를 표하며 한국 정부와 국민은 미국에 있는 한인 사회와 함께 미국 정부와 국민이 필요로 하는 모든 협조를 다하고자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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