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컬러 휴대폰, 와인잔을 닮은 LCD TV, 투명 컬러의 가습기, 보석처럼 빛나는 목걸이형 MP3 플레이어…
요즘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전자제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외관이 ‘톡톡’ 튄다는 것이다.
독특한 컬러와 디자인이 성공의 비결인 셈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능보다 외형에 더 집착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메이커마다 튀는 제품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회사마다 최고 디자인책임자(CDO·Chief Design Officer)를 따로 둘 정도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아무리 훌륭해도, 또한 물감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해도 플라스틱 소재가 뒷받침이 안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마치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 디자이너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게 전자제품인 탓이다.
■전자제품 유행은 소재기술에 달렸다
전자제품의 발달사를 보면 플라스틱 소재기술이 왜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지난 70년대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이 일반가정에 보급될 무렵 시장은 말 그대로 회이트 일색이었다.
스테인리스 표면에 두껍게 흰색칠을 하거나 흰색 플라스틱을 사용해 표면처리했다.
당시에는 특별한 소재 가공기술이 없어 착색이 필요없는 흰색 범용 수지를 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다 80년대 들어 흑색 가전제품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흰색에 지루함을 느끼자 가전업체들이 반대색인 흑색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흑색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조악했다. 불투명하고 다소 무거워 보이며 잘 깨지기까지했다.
어렵사리 착색에는 성공했으나 충격에는 약한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90년대말 들어 일대 변화가 일어난다.
미국 애플사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누드 모니터를 선보인 것이다.
누드 모니터는 당시 업계의 통념을 깨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재질은 투명 ABS였다. ABS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 스티렌’의 약자로 제일모직 공정의 히트작인 내스크래치 ABS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수지다.
ABS 수지는 지금은 범용수지가 됐지만 과거에는 석유화학 제품 가운데 고부가에 속하는 제품이었다.
누드 모니터의 핵심은 플라스틱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로, LG화학 등이 개발해 애플사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들어 수지 가공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하면서 파랑 빨강 노랑 등의 다양한 컬러 휴대폰과 고광택 LCD TV, 깜찍한 디자인의 MP3 생산이 가능해졌다.
결국 플라스틱 소재기술이 전자제품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제일모직, 전 세계 전자제품에 옷을 입힌다
제일모직은 유명 패션 브랜드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옷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소재 및 화학분의 매출이 전체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소재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는 ‘애니콜’ ‘보르도’ 등 다수의 삼성제품에 소재를 공급하면서 기술의 벽을 더욱 높여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영역을 넓혀 소니 샤프 델 마쯔시다 HP 등 글로벌 전자업체에도 플라스틱 소재를 납품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ABS 수지 생산능력은 연간 43만t.
노트북 PC 1대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수지량이 약 1㎏인 점을 감안하면 4억3000만대의 노트북 PC가 제일모직의 ABS를 사용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PC와 프린터 등 가정용 전자제품의 상당수는 제일모직의 플라스틱 수지를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내스크래치 ABS 수지의 경우 2∼3단계의 생산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단가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며 “전 세계 첨단 전자제품에는 반드시 우리회사의 플라스틱 수지가 들어가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일모직은 얼마전부터 플라스틱 수지제품에 ‘스타렉스’(Starex)라는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일반 범용수지와 차별화하기 위한 프리미엄 전략이다.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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