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 경관, 그리고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관광지이자 휴양 섬인 이비사(Ibiza). 이곳은 스페인 본토에서 약 96㎞ 떨어진 지중해에 4개의 섬들로 이뤄진 발레아레스 제도중 한 곳이다. 발레아레스 제도는 이비사를 비롯해 마요르카, 메노르카, 포르멘테라 등 4개의 큰 섬과 12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큰 섬이 마요르카다.
이비사의 역사는 기원전 1000년 탈라요틱(Talayotic)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백 년에 걸쳐 로마, 비잔틴 등에 의해 8∼13세기 초 이슬람 세력에 의해 지배를 받았고, 18세기 초까지는 아라곤 왕가와 그 이후 스페인의 통치를 받기도 했다.
이비사의 역사적 기원은 로마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는 당시 아프리카 주요 도시들로 가는 출발지로서 마요르카 섬에 팔마리아를 세웠다. 이곳이 바로 지금의 이비사다. 크게 눈에 띄는 로마시대 유물을 찾아 볼 수는 없지만 지금도 섬의 중앙부를 발굴할 때마다 고대유물들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이비사 섬은 제주도의 2배 정도 크기에 약 78만 명이 살고 있다. 연중 300일 이상 날씨가 쾌청한데다가 겨울에는 10℃, 여름에는 25℃ 전후의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를 지니고 있어 휴양지로서 안성맞춤이다. 지중해의 바람을 이용해 풍차로 길어 올린 관개수는 오렌지, 올리브, 포도 등을 재배하는 데 이용되며, 로마시대 이후 천년이 넘는 올리브 나무를 섬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이렇듯 풍부한 농작물이 섬 가운데의 비옥한 땅을 메우고 있고, 중심부를 사이에 두고 두 줄의 산맥이 북동과 남서 방향으로 뻗어 있다. 해안선이 약 400㎞에 걸쳐 펼쳐지는데, 서쪽지역의 산악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또한 이곳은 수많은 유럽 여행객을 대상으로 세계명품과 지역 토산품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고급 상점들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베일러 광장, 하이메 3세 거리, 람블라 거리, 레이나 광장 등에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은 전체적으로는 중앙에 대성당이 위치해 있고 해안과 성벽으로 둘러싸인 유서 깊은 지역, 움푹하게 들어간 팔마 만을 따라 20세기 초부터 고급호텔 등이 들어서 있는 지역, 그리고 성당 근처의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항구지역 등 3개 지역으로 나뉜다. 이 섬에는 오랜 기간 이민족과 아라곤 왕가의 지배영향으로 지금도 로마, 비잔틴, 이슬람 등 시대별로 다양한 역사와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특히 섬 가운데에서 지중해와 마주해 서 있는 대성당은 마요르카의 오랜 역사, 종교, 예술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유럽 고딕양식의 정수로 인정받는 이 성당은 1213년부터 약 400년에 걸쳐 건축, 19세기 초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에 의해 복원된 것이다. 또 시내 북쪽 언덕에는 스페인 유일의 원형 성벽을 가진 벨베르 성(Bellver Castle)이 있고, 지금도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또 스페인 왕족의 여름별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수많은 문화유적의 창고로 여겨지는 마르취 궁(March Palace)은 1901년부터 3년동안 건축되었으며, 독수리 모양의 정문과 꽃 모티브, 모자이크 타일 등 동양적인 요소와 신고딕주의가 가미된 그란 호텔, 마요르카 명문의 고귀한 정신과 각 시대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시내 저택들의 파티오 등 이비사는 이처럼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섬이다.
이비사는 이런 지리적 위치 때문에 역사적으로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지중해의 상업교역 중계지였고, 최적의 기후조건으로 전통적 농업과 목축업이 성행하던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평범하던 섬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따뜻한 해양성기후, 풍부한 역사·문화 유적, 예술적 자원을 토대로 유럽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휴양지가 된 것이다. 특히 쾌적한 기후와 다양한 레저·문화시설이 모든 면에서 다른 섬을 압도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비사는 스페인 왕족들의 여름 휴양지로 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한 배우나 세계적인 모델 등 유명 인사들이 앞다투어 이곳의 별장을 사들였다. 이처럼 유럽을 대표하는 관광·휴양지로 매년 70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어 이를 수용하기 위한 많은 숙박시설이 있다.
지중해에서 태양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에메랄드빛을 머금은 바다. 이런 천혜의 자연이 연중 여행객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한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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