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버섯, 숲속의 다이아몬드,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사람들은 송이버섯을 이렇게 부른다. ㎏당 평균 50만원을 호가하는 송이버섯을 일반 서민들이 맛보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인의 아름다운 한복 저고리처럼 가을 빛으로 곱게 물들어 가는 강원도 설악산 자락의 양양과 솔향기 그윽한 춘향목 송이 마을 경북 봉화. 이곳에는 추석을 앞두고 송이의 맛과 향을 느껴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송이를 일찍이 옛 속요(俗謠)에서는 이렇게 읊고 있다. ‘쌀·보리는 열매로 치고 매화는 꽃으로 치는데 송이는 열매도 꽃도 아닌 것이 깊은 산중 안개 속에 솔잎으로 몸을 가리고 있다. 그 향은 수십리 밖에까지 진동하고 먹으면 그 내음이 살갗으로 스며 나온다. 또 살결은 희고 깨끗해 사람의 마음까지 맑고 깨끗하게 한다.’
이런 송이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은 강원도 양양, 경북 봉화, 울진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주로 가을 추석 무렵 20∼80년생 소나무 밑이나 솔잎이 깔린 푸석푸석한 땅 위에서만 자란다. 대부분의 버섯이 죽은 나무에서 싹이 나 기생하지만 송이는 살아 있는 소나무 아래에서만 자생한다.
양양과 봉화에서 나는 송이는 화강암 토질의 수십년 수령 소나무 밑 솔잎에 쌓인 토양에서 자라 그 향이 독특하고 특히 맛이 좋아 상품 가치가 대단히 높다. 게다가 인공 재배가 불가능하고 1년에 여름철(5월20일∼7월15일)과 가을 백로(9월8일)를 기준으로 전후 3일 추석 무렵에만 자연 채취가 가능해 더욱 그렇다.
동의보감에서도 ‘송이버섯은 성질이 서늘해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고 열량이 적어 비만에 좋다. 또한 맛이 부드럽고 달며 독이 없고 매우 향기롭다. 솔 기운을 받으며 돋아나 버섯 가운데 제일’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항암 성분은 다른 버섯보다 뛰어나 실제로 종양 저지율이 91.8%에 이른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그럼, 송이를 어떻게 먹으면 맛이 좋을까. 끓이거나 완전히 구우면 맛과 향이 파괴된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솔잎으로 흙만 털어내고 생 송이를 그대로 먹는 게 좋다. 익혀 먹을 때는 살짝 굽거나 찌는 게 좋은데 60도 정도 물에서 최상의 맛을 낸다. 아니면 송이를 얇게 썰어 향이 달아나지 않게 랩에 싸 두었다가 끓인 요리에 넣는다. 그런 다음 20초 정도 있다가 먹으면 본래 송이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양양 황금송이를 찾아라
'해돋이의 고장'이라 불리는 백두대간의 중심 강원도 양양. 설악산의 고봉준령과 맑고 푸른 동해 사이에 자리한 이곳은 9월 들어 하루가 다르게 초가을 빛으로 빠르게 물들어 가고 있다.
이런 가을의 정취와 함께 국내 최고라 불리는 양양송이의 신비로운 향과 맛을 느껴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양양 황금송이를 탐닉하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모여드는 것이다.
이에 맞춰 이곳에서는 올해로 11번째를 맞는 양양송이 축제가 민족의 최대 명절 팔월 한가위가 끝나는 오는 29일(외국인 체험 14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린다. 양양 둔치 행사장과 송이 산지 일원에서 송이의 생태를 직접 관찰하고 채취할 수 있는 체험형 축제다. 덕분에 9년 연속 문화관광부의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이제는 한국의 대표 지역축제라 할 만하다.
참가는 사전 예약을 통해 이뤄지며 직접 산에 올라가 송이 채취와 생태 견학 등으로 송이의 신비로움을 체험하게 된다. 이외에도 민속 줄타기, 패다리 놓기, 관노 가면극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와 탁장사대회 목침 뺏기 등 경연대회, 메밀음식 만들기, 송천떡 만들기, 송이요리 시식회 등 전통음식 체험 행사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 같은 현장 체험축제는 어린이들에게 특히, 송이의 우수성과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교육의 장으로 제격이다. 송이버섯의 생태를 직접 눈으로 보고 보물 찾기 하듯이 산속을 뒤져 송이를 찾아내는 체험형 행사여서다.
이곳 송이를 최고의 특산품으로 꼽는 이유는 무엇보다 최적의 자연환경을 가진 남대천과 설악산 자락에서 자라는 덕분에 다른 송이에 비해 살이 통통하고 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수분 함량도 87.5%로 일본산에 비해 훨씬 낮아 살이 단단하고 영양도 풍부해 휘발성 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소나무의 향이 진하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과 항암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여준다.
■춘향목의 고장, 봉화에서 만나는 송이 향기
경북 봉화에서도 올해 11회째를 맞이하는 '봉화춘양목송이 축제'가 봉화읍 체육공원과 송이산 일원, 춘양목 군락지 등에서 오는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4일간 열린다.
송이를 직접 따보는 채취 체험은 물론 춘양목 솔숲 걷기, 장승 깎기 및 한옥 짓기, 송이요리 경진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특히 즉석에서 만드는 송이요리 체험과 솔음식 시식 등를 통해 즐거운 한때는 물론, 송이 향기와 함께 봉화에서만의 추억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예부터 봉화는 깨끗한 물과 공기,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잘 보전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30㏊에 이르는 청정 산에서 연간 80여t의 자연산 송이가 채취되는데 이는 전국 송이 생산량의 약 15%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국 최대의 송이 주산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사기간중 10월1일에는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송해씨의 '전국 노래자랑'도 이곳에서 열려 봉화의 송이향을 맛보는 즐거움과 함께 재미를 더해준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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