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국 자동차 세계로 질주] <5> 쌍용차의 유럽공략 승부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2.06 16:48

수정 2014.11.04 15:41



【브래다(네덜란드)·마드리드(스페인)=조영신기자】‘신이 버린 땅, 인간이 승리한 땅, 네덜란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서 카이런을 타고 1시간10여분을 달리자 네덜란드 제2의 도시이자 무역도시인 로테르담 시가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로테르담 항은 유럽 최대의 무역항. 주변에 전세계 기업들이 투자한 물류센터가 즐비한 곳으로 유명하다.

로테르담 항에서 렉스턴으로 차를 바꿔 타고 다시 30여분을 달린 후 최종 목적지인 쌍용자동차 유럽부품센터(SEPC)에 도착했다. 로테르담 항에서 동남쪽으로 45㎞ 떨어진 브래다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유럽부품센터는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쌍용차, 최초 해외 현지 단독 법인 SEPC

SEPC는 유럽 전역에 쌍용차 부품을 공급하는 물류센터이자 부품창고다.
그동안 쌍용차 유럽 현지 물류센터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02년부터 쌍용차 유럽 완성차 수출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한국에서 부품을 공수, 유럽 전역에 배송하는데 많은 시간과 불편을 겪어야 했기 때문에 SEPC의 등장은 유럽 쌍용차 보유자들에게는 희소식인 셈이다.

물류센터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면적은 1만1000㎡. 마치 도서관에 책이 정리된 것처럼 1만2200여개 부품들이 잘 정리 정돈돼 있었다. 유럽 19개 대리점에서 부품 요구가 들어오면 시급성 여부에 따라 부품을 공급해 준다.

SEPC의 공급률은 90%. SEPC는 수요 예측이 불가능한 품목 10%를 제외한 모든 품목을 구비하고 있다.

양세일 SEPC 법인장은 “서유럽과 동유럽 등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를 제외한 19개 국가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물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부품센터로 인해 애프터서비스(AS) 능력이 향상되고 이는 곧 완성차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월요일은 스페인 오더만

쌍용차 SEPC가 현재 관리하고 있는 국가는 모두 19개국. 여러 국가에서 부품공급 요청이 마구잡이식으로 들어올 경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쌍용차는 요일별 부품공급 요청을 받고 있다.

수요가 많은 스페인은 월요일에 주문을 받는다. 화요일에는 이탈리아, 수요일에는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영국, 목요일에는 체코와 덴마크, 노르웨이, 폴랜드, 금요일은 불가리아와 그리스, 네덜란드,루마니아 등에서 오더를 받는다.

물량이 많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별도로 오더를 받고 물량이 다소 적은 곳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별로 묶어 배송한다는 것이다.

물류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요일별로 세분화시켜 오더를 받는다는 게 SEPC측의 설명이다.

정규 오더 이외에 긴급 및 초긴급 요청은 요일에 상관없이 주문을 받는다.

초긴급 요청이 들어오면 12시간 이내에 유럽 어디든 상관없이 부품을 공급해 준다.

양세일 SEPC 법인장은 “물류센터가 설립되기 전에는 부품을 공급하는데 2∼3개월가량 걸렸지만 현재는 배송기간이 4일로 단축됐다”며 “유럽 각국의 대리점은 물론 수많은 딜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물류센터 설립 이전 긴급 요청이 들어오면 항공편을 이용하는 등 비용 측면에서 많은 부담을 가졌지만 지금은 그럴 일이 거의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베리아반도 질주하는 쌍용차

월요일, 네덜란드 브래다 SEPC에서 각종 자동차 부품을 실고 출발한 트럭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이베리아반도의 중심국가인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일.

SEPC 설립 이후 SYES의 부품 주문이 부쩍 늘었다. SYES는 쌍용차 스페인 독점 판매 대리점이다.

호세 루이스 아티엔사 SYES 대표는 “지난해 스페인 시장에서 쌍용차 1만2000대가 판매됐다”며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있는 모델인 해치백(C세그멘트)이 아님에도 불구, 1만2000여대의 판매는 놀라운 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전년에 비해 11.2%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카이런이 지난해 모두 4300여대 판매되는 등 스페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티엔사 대표는 “스페인 외 이탈리아에서도 카이런이 많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격 대비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판매가 급증하면서 스페인 소비자 입맛에 딱 맞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프레임 방식인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함께 도시형 SUV가 필요하다는 것.

호르헤 벨순세 SYES 마케팅 담당자는 “스페인 소비자는 매우 다양하지만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C세그먼트 시장이 강하다”며 “도시형 SUV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페인 농구 영웅 파우 가솔이 광고모델

NBA 스타이자 스페인 농구 영웅인 ‘파우 가솔’이 지난해 쌍용차 광고모델로 등장했다.

호세 루이스 아티엔사 SYES 대표는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과 NBA 스타 파우 가솔, 축구 스타 사비 알론소 등 스페인에는 3명의 스포츠 영웅이 있다”며 “이중 파우 가솔이 쌍용차 광고 모델로 활동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불과 4년 전만 해도 스페인에서 쌍용차를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며 “그러나 쌍용차에서 좋은 차를 좋은 가격에 공급해 주고 현지 스포츠 마케팅 또한 활발히 진행되면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판매 실적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한국 차 인지도에 대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한국 차는 기술력을 가진 저렴한 차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브랜드 인지도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 미래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초기 스페인 시장 진입시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온 후 점진적으로 가격대를 높였다.
하지만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현지 분위기인 것 같아 아쉬움이 따랐다.

/fncho@fnnews.com

■사진설명=쌍용자동차는 지난 4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 인근 브래다시에 유럽 19개 국가를 관활하는 유럽부품센터(SEPC)를 설립했다.
사진은 쌍용자동차 SEPC 전경. 쌍용자동차는 렉스턴 등 차량 부품 1만2200여개를 유럽 19개 국가에 요일별로 공급하고 있다. 쌍용차 부품들이 품목별로 정리돼 있다(아래 왼쪽 사진).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 위치한 쌍용차 딜러점 내부 모습(아래 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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