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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자는 우리아이 ‘혹시..과잉행동장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7 21:42

수정 2014.11.07 11:26

초등학교에 입학한 철이(8)는 수업 중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등 엉뚱한 행동을 자주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지 못하고 주변의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산만해진다. 병원을 찾은 철이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원인은 철이의 잠버릇에서 찾았다. 철이는 잘 때 심하게 코를 곤다.
또 잠을 자면서 중간 중간 숨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도 있었다. 이같은 증세를 치료한 후 철이는 깊은 잠을 잘 수 있어고, 행동장애도 사라졌다.

■수면에 문제가 있으면 ADHD 의심

수면질환 전문 숨수면센터는 최근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상이 있는 어린이를 둔 부모 3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지나치게 활발하고, 짜증 많고, 친구들과 자주 싸우는 등의 ADHD로 의심되는 행동을 보였다고 7일 밝혔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증세가 있는 아이들은 집중력이 약하고, 산만한 행동을 한다는 응답을 공통적으로 선택했다.

응답자 중 59.4%(189명)가 ‘아이가 지나치게 활발하고 뛰어다닌다’고 답했다. ‘짜증이 많고, 자주 싸운다’는 50.9%(162명),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하다’는 51.9%(165명)에 달했다.

이밖에 ‘정리정돈을 못하고, 물건을 망가뜨린다’ 41.5%(132명), ‘숙제나 책가방 정리를 잘 못한다’ 24.8%(79명)로 각각 나타났다. 이런 행동은 ADHD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행동과 유사하다.

■편도선이 문제가 있으면 코를 곤다

ADHD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는 먼저 수면질환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ADHD에서 나타나는 주의력·집중력 결핍과 산만한 행동, 정리가 안 되는 행동 등이 소아수면호흡장애 증세와 많은 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코에서 후두까지 상기도 일부 또는 전체적인 폐쇄에 의해 나타나는 수면호흡질환이다. 주로 편도선과 아데노이드 비대가 문제로 원인의 85%를 차지한다. 알레르기성비염이나 축농증에 의한 코막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소아과학회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코를 고는 어린이는 전체의 10∼12%에 이르고, 코고는 아이의 20∼30%에서 소아수면무호흡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에게 흔히 발견되는 이 같은 수면질환은 신체발육과 성장장애, 학습장애 등 신체적, 정신적인 발달과정에 심각한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수면호흡질환 어린이에게서 ADHD와 유사한 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호흡장애에 의한 수면 방해와 저산소증, 이산화 탄소증에 의한 수면회복 방해 때문이다.

수면은 세포내 대사 항상성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수면호흡장애가 있는 경우 전전두엽의 기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전전두엽의 기능감소는 행동장애, 감정조절, 기억과 인지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정신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힘들고, 결정능력의 저하, 견고한 사고, 집중력저하 등이 생긴다.

■수면부족 어린이는 낮에 더욱 활발

수면질환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거나, 수면시간이 부족해 피곤한 경우 어른들은 낮에 졸거나 기운이 빠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경우 수면부족 증상은 어른과는 반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어린이들의 수면부족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여서 낮 동안의 졸음이나 피로를 쫓으려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지나친 활동성을 보이는 경우 부족한 잠으로 인한 피로가 더욱 심해져 수업중의 집중력 부족과 적절히 행동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피곤해진 어린이는 산만하고, 주의력이 떨어지며, 안절부절 못하거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도 뚜렷하게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아이의 수면부족 정도나 원인 등을 의심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면 장애 치료하면 ADHD도 나아져

소아수면호흡장애 치료가 과잉행동, 집중력장애, 학습장애로 이어지는 고리들을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숨 수면센터에서 2007년 1년간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치료를 받은 50명의 학생들의 경우 40% 정도에서 ADHD를 의심했지만 수면질환 개선 후 90%이상에서 과잉행동증상도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데노이드나 편도선, 비염 및부비동염 치료 및 수술로 수면무호흡증이 90%이상 개선 된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가 집중력이 좋아지고, 아침에 잘 일어나고, 친구들과 싸우거나 공격적인 행동도 줄어들었다고 판단했다.


숨 수면센터 이종우 원장은 “소아수면무호흡으로 진단받은 어린이 대부분이 학업장애와 활동항진, 지적기능장애, 정서장애, 공격적 행동 등 과잉행동장애와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 수면질환을 개선한 결과 이 증상들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사진설명=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생들은 코골이, 수면무호흡증만 치료해도 증상이 상당히 완화된다.(사진은 기사 내용 중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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