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이재원기자】 “10… 8… 5… 4… 2.” 한국 최초 우주인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소유스호가 발사되는 2008년 4월 8일 오후 8시 16분 27초(이하 한국시간)는 우리나라가 세계 35번째 우주인을 배출하는 날로 기록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7번째 여성우주인 배출국으로도 등극되는 등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대한민국 꿈을 안고 왔다
7일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내 우주인호텔에서 만난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하면 ‘우주로 향한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꿈을 안고 이곳에 왔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발사를 하루 앞둔 심경을 묻자 이씨는 “우주로 가기까지 단 하루만 남았지만 아직까지 기분을 잘 모르겠다”면서 “내일이 되면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모스크바 근교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받은 1년간의 훈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무중력 훈련을 꼽았다. 그는 “무중력 훈련은 시간은 짧았지만, 지구와 전혀 다른 우주의 환경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내일이면 진짜 우주로 가서 무중력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오는 19일 카자흐스탄 초원으로 귀환한 뒤 국민들에게 보낼 메시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앞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남북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며 “이번 우주비행을 보며 북한 어린이들도 꿈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사막의 흰 태양’ 관람
이 씨는 이날 바이코누르에서 최종 탑승훈련과 유리 가가린 노트 서명식, 우주인의 길 기념식수 등 공식행사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씨는 이날 저녁 러시아 우주인들과 함께 ‘우주인 영화’로 불리는 ‘사막위의 흰 태양’(벨로에 손체 푸스트니)을 관람했다. 1961년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호를 타고 우주로 떠나기 전날 관람한 서부영화 사막위의 흰 태양을 관람하는 것은 바이코누르에서 출발하는 모든 우주인이 의무처럼 거쳐 가는 전통이다.
■226초 후에 대기권 벗어나
발사일인 8일 오전 10시에는 발사장으로 향하는 ‘우주인 출정식’이 열린다. 이씨는 호텔을 떠나기 전 전통에 따라 본인이 묵었던 방의 문에 서명을 한 뒤 러시아 정교회 신부로부터 축복을 받는다.
우주인 출정식을 마친 우주인들은 바이코누르 발사기지로 이동해 우주복 ‘소콜’을 착용한다. 우주복 착용이 끝나면 가족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우주인 보고식’에 참석한다.
소유스호에 탑승한 이 씨는 한국시간으로 8시 16분 27초에 우주로 향한다. 소유스 우주선은 불꽃을 뿜으며 하늘로 오른 후 113초 후 비상탈출 시스템 엔진을 분리하고 118초 후엔 4개의 1단 보조로켓들을 분리한다.
이때 고도는 49㎞. 그리고 226초 후 대기권을 벗어나며 287초 후 2단 로켓과 528초 후 3단 로켓을 각각 분리한다. 이때 고도는 202㎞, 속도는 초속 1500m 수준이다.
로켓 엔진들을 다 떼어낸 소유스 우주선은 자체 엔진을 점화해 점점 고도를 높인다. 그리고 소유스 우주선은 90분 주기로 이틀간 33회가량 지구를 선회하다 350㎞ 상공에서 ISS과 도킹한다.
■초파리 노화과정 실험
이씨는 발사 이틀 뒤인 10일 소유스 우주선이 ISS와 도킹한 직후 바로 지상 임무통제센터(MCC)와 화상 연결을 통해 예비우주인 고산씨와 교신을 시도한다.
이씨는 8일간 ISS에서 초파리의 노화과정 등 18개 우주과학 실험과 한국 학생들과의 무선 교신, 한국을 알리는 각종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우주인의 임무를 마친후 9일 미국 여성 우주인 페기 윗슨, 러시아 우주인 유리 말렌첸코와 함께 카자흐스탄 초원지대로 귀환한다.
귀환 후에는 모스크바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 병원에서 머물며 회복 치료를 받게 되며 28일께 귀국해 ‘국제 유인 우주기술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등 우주인 임무완수를 보고할 예정이다./economis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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