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고(일본 돗토리현)=정대균기자】“마음 고생요,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지난 7일 밤 SBS코리안투어 에머슨퍼시픽돗토리현오픈을 끝낸 뒤 숙소인 일본 요나고시 ANA호텔에서 만난 김경태(22·신한은행)의 아버지 김기창씨(55)가 아들의 부진과 관련해 그동안 굳게 다물었던 입을 뗐다. 이전에 엿볼 수 없는 밝은 모습이었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인 공동 4위로 경기를 마쳐서다. 이 대회 전까지 김경태는 여섯 차례 출전해 단 한 차례 컷 통과를 제외하곤 모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007 코리안투어 상금왕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었다.
김씨는 “일본행 비행기를 타면서 경태가 (강)성훈이랑 컷 오프를 걱정하는 얘길 나눈 걸 들었다”면서 “그랬던 애들이 2위와 4위에 입상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연방 싱글벙글. 지난해 김씨 부자지간에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김경태의 부진은 스윙 교정이 원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정 중인 스윙이 아직 완성되지 않고 있어서다. 김경태가 스윙을 개조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유럽골프투어와 아시안투어 공동 주관으로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홍콩오픈 연습라운드 때 자신의 우상인 최경주(38·나이키골프)의 조언을 듣고부터서다. 당시 최경주는 “미국에 진출하려면 드라이버 비거리를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후배에게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그 누구보다도 아들에 대해 잘 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아들이 출전한 대회는 반드시 백을 어깨에 메기 때문이다. 마치 실과 바늘 사이다. ‘아빠가 캐디를 해주는 게 편하다’는 아들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어서였다. 아버지는 말한다. 경태의 부진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일종의 ‘산통’이라고. 김씨는 이번 대회에서 아들이 거둔 성적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아들이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아직은 스윙 교정이 완성 단계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이상 완벽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밀어붙일 작정”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이어 “지금의 슬럼프는 경태를 위해서 아주 좋은 약이 될 것”이라면서 “경태는 이제 프로 2년차다. 200% 능력을 발휘했던 작년만 생각해 질타하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기다려 주면 반드시 좋은 결과로 보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olf@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