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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호랑이·에뮤 “우리 ‘엄마’ 만나보실래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5.15 16:20

수정 2014.11.07 04:37



5월 가정의 달, 가족과 함께 꼭 한번쯤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동물원’이다.

동물원 하면 우리 속 호랑이와 사자, 원숭이, 돌고래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들을 빛나게 해주는, 뒤에서 이들을 돌보는 또 다른 주인공들이 있다. 사육사와 조련사들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사육사에 대한 인기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육사가 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어릴 때부터 꿈을 키워오고, 대학에서 동물자원학과 등 관련 전공을 한 이들이 많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3년 이상 자원봉사를 한 후에야 정식 사육사로 발령받기도 한다.

과천 서울대공원의 사육사는 70여명. 이 가운데 여성 사육사는 7명이다. 여성 사육사가 배출된 지는 4년이 채 되지 않았다. 예전 여성사육사들은 결혼과 동시에 대부분 퇴사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나마 돌고래쇼 등 조련분야에만 주로 근무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맹수사와 가금사, 해양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사육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성이 하기에 육체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그들만의 ‘섬세함’으로 오히려 자신의 영역을 잘 개척해가고 있다.

여성 사육사 3인방인 가금사 이영미(26)씨와 맹수사 추윤정(26)씨, 해양관 송세연(25)씨.

이들은 사육사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동물에 대한 애정’을 꼽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육사는 동물을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할 수 없는 직업이다.

이들은 몸은 고되지만 꿈을 이뤘다는 것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힘들어 할 때가 있다며 동물이 아플때다. 야생동물들이기 때문에 습성상 끝까지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육사들의 세심어린 관찰이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 여기서 여성 사육사들의 역할이 빛을 발하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최근들어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동물의 행복과 복지수준 향상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동물원 재정상태가 풍족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해외에서는 기부 등을 통해 동물원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대공원은 시 관할이다보니 입장료나 기부를 마음대로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서울대공원 여성 사육사 3인방 “우리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1. 호기심이 많아 하얀 것을 보면 마구 쪼아댔다. 두달배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큰 부리로 달려들면서 바지고 신발이고 점퍼의 흰 단추를 마구 쪼아대는 통에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 3월 1일 대공원 개원 25년만에 처음으로 인공부화에 성공하면서 관심을 끌었던 에뮤다.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으로 우리에게는 날지 못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에뮤의 국내 첫 인공부화를 이끌어 낸 주인공은 가금사에서 부화를 담당하는 3년차 이영미(26) 사육사다. 에뮤의 부화과정은 알려진 대로 순탄치 않았다. 타조 농장에서 키워지고는 있지만 전용 부화기가 없고, 부화온도도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 특히 알 위아래를 구분할 수 없어 숨구멍이 어딘지 알수도 없었다.

이씨는 "부화시에는 온도와 습도, 전란(알굴리기), 환기 등이 중요한데 타조 부화기가 아닌 옆으로 굴린 부화기에서만 성공했다"며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 점이 부화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새끼 에뮤들이 처음에는 이씨만 쫓아다녀 에뮤 엄마로도 불렸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와도 못 달려들어 난리일 정도로 적극적이며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에뮤의 국내 첫 인공부화라는 성과를 거둔 이씨지만 처음부터 조류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포유류는 만질 수 있지만 새는 원래 날아다니고, 피해다니는 등 사람을 잘 따르는 동물이 아니어서다.

그렇지만 이씨의 세심함과 호기심 덕분에 에뮤는 인공부화를 통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이씨는 "덕분에 이달의 동물로 에뮤가 선정됐다"며 이름표 위 뱃지를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조류를 키우는 데 어려운 점은 날아다니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어렵다는 것. 때문에 경험많고 나이많은 사육사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조류는 너무 예민해 마취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폐사율도 높아 동물진료과 가기전까지 관찰이 중요하다.

여성으로서의 힘든점에 대해 묻자 이씨는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새로운 동물을 맡았을 때 정보가 없다보니 조언해주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동물이 아플때면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고 답했다.

이씨는 "동물은 배신하는 법이 없고 사랑을 주는 그 이상을 돌려준다"며 "이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2. "아름아 일어나∼∼ 아름아∼∼. 대한아 일어나∼∼"

호랑이사앞이 쩌렁쩌렁 울린다. 맹수사에서 호랑이 사육을 담당하고있는 2년차 사육사 추윤정(26)씨가 사진촬영을 도와준다며 호랑이를 부르는 소리다. '아름'이가 힐끗 쳐다보더니 움직이기 시작한다. 추씨와 호랑이 아름,다운, 강산을 비롯해 대한, 승리와의 거리는 10여m. 야생의 상태를 최대한 보전해주기 위해 가까이 가지는 않지만 이들 호랑이들은 추씨를 알아보고 목소리도 알아 듣는다.

추씨는 "호랑이들도 자기 자리가 있는데 입안에 들어갈 정도로 먹이를 정확히 던져줘야 한다"며 "안그러면 싸움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뒷편 내실로 들어서자 더욱 호랑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리아야"하고 부르자 호랑이 리아는 강아지처럼 철망에 붙어 얼굴을 비벼대고 소리를 내며 좋다고 난리다. 리아는 지난 2002년 태어난 남매 호랑이 중 하나로 코아와 함께 리아로 이름이 붙여졌다.

추씨가 정식 사육사로 발령받은 지는 1년을 갓 넘었지만 이전 3년간 아르바이트와 자원봉사로 근무했다. 지난 2002년 학교에서 맹수사 실습을 나왔는데 인공포육실에서 호랑이를 기르면서 호랑이의 매력에 푹 빠져 호랑이와 인연을 맺었다. '정말 매력적이다. 생긴 것 부터가 아름답다. 기품있다' 그의 호랑이에 대한 예찬은 끊이질 않는다.

추씨를 가장 기쁘고 보람있게 하는 것은 호랑이가 이른바 '얼짱각도'로 멍하니 쳐다보는 표정을 보여줄때다. 또 맹수이자 야생동물인 호랑이가 추씨를 알아보고 교감을 한다고 느낄때라고 한다.

사육사의 가장 필요한 조건에 대해 묻자 추씨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동물사육은 이 일이 싫고 동물이 싫으면 절대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아있는 생명이라 자칫 소홀하면 아플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것.

추씨는 "리아는 병력도 있고 냄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마취약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파도 바로 치료를 하면 안되다는 등의 정보를 수의사에게 알려주는 것도 사육사의 중요 임무"라고 설명했다.

#3. 평일이었지만 공연시작 15분전부터 돌고래쇼 관람석은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가득찼다. 평일에는 수학여행 온 단체손님들이, 휴일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도 연일 만석을 이룬다.

해양관 조련사 송세연(25)씨가 바다사자와 등장하자 관람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바다사자와의 섹시한(?)댄스와 격렬한 기습 뽀뽀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웃음꽃을 작렬했다. 송씨가 바다사자와 꾸민 쇼는 청소시간 농땡이 치는 사람을 송씨와 바다사자가 함께 골탕먹이는 내용이다.

바다사자에 이어 등장한 것은 돌고래. 돌고래와의 수중쇼를 위해 옷을 갈아입은 송씨가 물로 힘차게 뛰어든다. 돌고래쇼는 그야말로 조련사와 돌고래,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이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 쇼는 완성되는 것이다. 송씨는 돌고래를 타고 물속을 휘젓는가 하면 돌고래와 함께 춤을 추고, 태극 무늬를 만들어내면서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송씨는 "무대에 나갔을 때 관람객의 반응을 잊을 수가 없다"며 "어른들이지만 이때만큼은 해맑은 표정이 나온다"고 말한다.

송씨는 사육사라는 단어대신 조련사로 불린다. 사육은 순치(길들임)에서 끝나지만 조련은 훈련까지 가미된 것이다. 그만큼 돌고래 조련시에는 활동량이 많으며, 동물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돌고래와 조련사가 함께하는 수중쇼가 도입된지는 3년이 됐다. 때문에 아직 스토리 구성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더 나은 공연을 위해 훈련을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여념이 없다.

송씨는 "훈련을 통해 기대이상 잘하면 보람되지만 동물과 함께 하는 작업인지라 열심히 했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속상하다"고 말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바다사자와 돌고래들이 쇼와 훈련을 확실하게 구별한다는 것. 쇼에서는 조련사들이 혼내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건성으로 하지만 훈련시에 오히려 열심히 한다고 한다.

실수했을 때는 무시방법을 쓴다고. 다른 애들만 예뻐하고 아는 척을 하지 않으면 애교를 부리면서 열심히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다고 한다.


송씨는 "바다사자나 돌고래들이 신이 나서 쇼를 하는게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더욱 재밌는 내용으로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scoopkoh@fnnews.com 고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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