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말에 ‘둘째주’ 모임이 있습니다. 잊지 마세요.”
중견건설업체인 삼환기업의 동호회 ‘둘째주 문화산책’의 최상 회장(인사부 사원)이 지난 1일 20여명의 회원에게 보낸 메신저 내용이다. “이게 뭐지. 계모임인가, 비밀단체인가. 최 사원의 모니터를 슬쩍 훔쳐본 이 회사 인사부의 김모 과장은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김 과장과 눈이 마주친 최 회장은 “시간 되면 뮤지컬을 같이 보자”고 권했다.
아직 입사 5년차도 안된 삼환기업의 신참 직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조용히 ‘거사’를 도모했다. 딱딱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번듯한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다. 논의 끝에 매달 둘째주에 공연을 보기로 해 동호회 이름도 자연스레 ‘둘째주 문화산책’으로 지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둘째주 문화산책’은 20∼30대 사원이 주축이다. 해외사업부와 인사부 경영지원실 등 소속부서가 저마다 다르지만 5년차 미만의 패기넘치는 회원이 90%를 넘는다.
이들은 매달 1회 이상 빠지지 않고 문화감상을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현재 회사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맡고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특별히 방문하기도 했다. 아이맥스영화관, 씨월드, 전망대 등 63빌딩 내 관람시설을 감상하는 재미는 물론 공사 현장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건설인으로서의 자부심도 함께 키워가고 있다.
회사측은 이 동호회에 회원 1명당 매달 1만원씩 지원해 주고 있다. 이 밖에 회원들끼리 회비를 거둬 적립금을 마련했다가 목돈이 드는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했다. 뮤지컬 비용은 동호회 회비로 60∼70% 충당된다. 그렇지만 이름처럼 꼭 둘째주에만 모이는 것은 아니다. 화제의 영화나 연극이 나올 때면 수시로 모여서 공연을 관람한다.
이 동호회는 올해 초에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과 코미디 연극 ‘라이어’를 관람했다. 지난주에는 김지운 감독이 만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관람했다. 이 달에는 신성록이 주연배우로 나오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보러 갈 예정이다. 비용 부담이 되겠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루나틱’을 무료로 관람하는 등 저가 관람의 행운을 얻기도 한다.
‘둘째주 문화산책’ 회장인 최 상씨는 “유명 뮤지컬은 관람료가 10만∼20만원을 호가하지만 잘 만 찾아보면 저가 공연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면서 “회비로도 지원이 되지만 알짜 공연을 저렴한 값에 즐길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둘째주 문화산책’은 현재 사내 인트라넷에 동호회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행사를 갖기 전에 설문조사를 실시해 동호회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감상후기를 모집해 회사 사보에 싣기도 한다.
최상 회장은 “앞으로 연극과 영화 감상에서 탈피해 미술 및 음악회 감상이나 자체적인 와인 시음회 등의 자리를 마련해 폭 넓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추진 중”이라면서 “앞으로는 젊은 직원들과 함께 차장과 부장급의 직원들도 다 함께 참여하는 동호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사진설명=삼환기업의 공연관람 동호회인 '둘째주 문화산책' 회원들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문화시설 체험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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