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이기택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씨(42)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어릴적 부터 가정폭력과 외도를 일삼던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성인이 되면서 아버지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김씨는 28살이던 1993년 이혼을 요구하며 어머니를 괴롭히는 아버지와 집에 단둘이 있다가 큰 다툼이 벌어지자 흉기로 아버지를 살해, 시신을 자신의 방 붙박이장에 숨겼다.
이후 주민등록이나 국민연금, 출입국·보험 기록 등에서 아버지 행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끝내 그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가족들은 다음해부터 제사를 지냈다.
그러나 진실은 밝혀지는 법.
14년이 지난 올해 초 경기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으로 경찰에 실종 사건 제보가 폭주했고 공소 시효를 불과 1년여 남겨둔 김씨에 대한 제보도 접수됐다.
경찰은 ‘아들이 일정한 직업 없이 술과 도박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고 14년 전 실종된 아버지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벌여 김씨의 범행을 밝혀냈다.
붙잡힌 김씨는 “아버지와 싸우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방에 보관하다 부패하자 토막 내 식구들 몰래 인근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버렸다”고 털어놨다.
1심은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범행을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12년을 선고했고 이에 불복한 김씨는 항소했으나 감형을 받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를 받을 때부터 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시인했고 당시 상황에 대한 가족과 지인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범죄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그가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고 우발적으로 범행한데다 범행 후 14년간 죄책감에 시달린 점을 고려하더라도 1심 형이 너무 무겁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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