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레저

‘음성 품바축제’..얼∼씨구! 恨 서린 익살에 세상 시름 훌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16 21:16

수정 2009.04.16 16:56

▲ ‘품바 흉내내기’에서 입상한 참가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음성(충북)=송동근기자】‘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다 떨어져 누덕누덕 기운 옷에 요상한 분장을 하고 장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동냥하는 사람 품바. 그가 타령에 맞춰 춤을 추고 흥을 돋우면 구경꾼들이 주변에 하나둘씩 모여든다. 아이들도 마냥 신긴한 듯 그 뒤를 졸졸 따라 다닌다.
이를 바라 보노라면 어깨가 들썩일만큼 신명도 나지만, 그 가락과 풍자속에 말못할 한숨과 설움이 배어있는 듯 구성지게도 들린다.

전국에는 현재 약 1000여개의 지역 축제들이 있다. 그중 별난 축제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품바축제’. 16일 ‘꽃동네’로 잘 알려진 나눔의 고장 충북 음성에서 ‘2009 음성품바축제’가 열렸다. 축제기간은 오는 19일까지다.

음성 설성공원과 야외음악당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품바공연, 엿장수체험, 품바비빔밥만들기체험, 꽃동네예술단공연 등 50여 가지의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품바의 소리에는 한이 깃들어 있다. 예로부터 가난한 자나 역모에 몰린 자, 소외된 자, 그리고 피박에 시달린 자들이 품바 행세를 많이 해왔다. 그들은 부정하게 부를 얻은 자나 아첨해 관직에 오른 자, 기회주의자, 매국노 등의문전에다 “방귀나 처먹어라! 이 더러운 놈아!”라고 입방귀를 뀌며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한을 표출했던 것. 품바는 가진 것 없는 허(虛)와 텅빈 상태인 공(空),그리고 도(道)를 깨달은 겸허한 사람을 상징하기도 한다.

▲ 도우미가 한 참가자에게 품바 분장을 해주고 있다.

품바하면 익살스런 분장 얼굴이 떠오른다. 연지·곤지 찍고 기왕이면 입술도 칠하고, 눈 옆에는 까만 콩점도 하나 찍어 보고, 그야말로 제멋대로 그린 얼굴이다. 어느새 낙서로 가득한 품바 얼굴로 바뀌고, 품바 장단에 맞춰보면 참가자는 거울속 자신 얼굴에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옷이 날개’라더니, 그 얼굴에 품바 의상 걸치고 나니 얼짱도, 몸짱도 영락없는 ‘거지신세’ 품바로 변한다. 아빠도 엄마도 이왕 품바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면 더 웃기고, 더 과장해 그동안 숨겨뒀던 ‘끼’를 아이들께 보여줄 기회다.

또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큰 재미. 얼굴과 행색은 저마다 최하급 저질이다. 하는 말은 온갖 욕설에 천박함이 극치에 달한다. 서럽고 궁색한 현실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냈던 품바는 ‘요지경 세상’ 그 자체다.

▲ ‘2009 음성품바축제’에 참가한 한 외국인이 걸인행세를 하고 있다.

품바는 이집 저집에서 얻어먹고 다니는 걸인. 품바비빔밥만들기 체험에 참가하노라면 어느새 걸인이 된다. 잔칫집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걸하고 나면 바가지에 온갓 음식이 뒤섞인다. 그래서 메뉴는 자연 비빔밥이 된다. 이밥 한 숟가락을 떠먹으면 ‘밥맛’보다 ‘입맛’이요. ‘끼니’보다 ‘재미’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품바 밥을 먹어보면 세상사 고루 섞인 인생 밥을 맛보는 기분”이라 말한다.

또하나, 품바축제에서 엿장수체험을 빼놓을 수 없다.
졸지에 엿장수 됐으니 경쾌한 장단에 맞춰 ‘엿 사려∼ ’를 목청껏 외쳐 보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dksong@fnnews.com

■기 간 : 4월 16(목)∼4월 19일(일) 4일간

■장 소 : 충북 음성군 음성읍 설성공원 일원

■문 의 : 한국예총 음성지부 (043)873-2241

■내 용 : 품바공연, 품바체험, 품바난타, 품바피에로공연, 품바가요제, 품바 거리퍼레이드, 엿치기대회, 퓨전품바, 꽃동네예술단공연, 반기문마라톤대회, 향토음식경연대회, 새봄맞이 꽃잔치, 외국인 장기자랑 등

■찾아가는길

서울-중부고속도로 음성IC → 금왕읍 → 37번 국도 → 행사장(음성읍 설성공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