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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클래식 발레 ‘코펠리아’ 웃음주는 인간미 ‘물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08 17:26

수정 2010.04.08 17:26

분홍색 발레복에 화사하게 얹은 머리핀이 앙증맞다. 키는 165센티 정도. 큰 키는 아니지만 몸 동작과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 방긋 웃다 금새 토라지고, 버럭 화도 내다 다시 까르르 웃는 발레리나. 국립발레단의 차세대 기대주 23살 김리회는 무대에 서자마자 시선을 확 잡아 끌었다.

김리회가 나오는 국립발레단의 '코펠리아'팀은 요즘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오는 27일부터 내달 5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서 무대에 오르는 '코필리아'는 19세기 클래식 발레 걸작중 희극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괴짜 과학자 코펠리우스가 만든 인형 코펠리아를 마을 사람들이 실제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코펠리아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진 프란츠, 이를 질투하는 약혼녀 스와닐다 사이의 갖가지 에피소드가 아기자기하게 그려진다.

이번 '코펠리아' 무대에선 근엄한 발레는 잊어야 한다. 유쾌한 웃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게 가장 큰 묘미다. 19세기 고전발레가 안무가 제임스 전의 손을 거쳐 코믹한 클래식 발레로 재탄생된다. 제임스 전은 5년 전 민간 발레단을 통해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한 '코펠리아'를 무대에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현대적인 느낌과 클래식 발레가 적절히 섞인 새로운 버전이다. 제임스 전은 굳이 표현한다면 '뉴클래식'이라고 소개했다.

"최대한 액션은 크게! 사실적으로, 하지만 과장되게!" 무용수들을 향해 제임스 전은 이렇게 외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은 19세기가 아니잖아요. 21세기를 사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동작들을 주문하는 겁니다. 웃음을 주고 인간미 넘치는 표현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대 위 코펠리우스는 원작보다 확실히 인간적이다. 원작 동화에는 코펠리우스가 그저 괴짜 과학자로 묘사되고 있지만 제임스 전은 여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했다.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 인형을 만들었고 인형을 통해 사랑하는 아내를 추억한다는 대목이 새로 들어간 것이다.

3막 작품을 인터미션이 없는 2막 작품으로, 공연시간은 2시간 넘는 것을 1시간으로 대폭 줄인 것은 '코펠리아'가 어린이날을 전후로 공연하는 가족발레라는 점을 감안해서다. 어린이들의 집중력 시간을 고려한 것.

머리 위로 양손을 얹고 게다리 발모양으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들. 때론 엉덩이를 마구 흔드는가 하면, 총을 쏘는 듯한 손동작으로 발랄한 웃음을 선사한다. 클래식 안무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쪽 다리 발끝으로 몸을 지탱하고 다른쪽 다리는 휘두르듯 32회전을 하는 푸에떼 등 고전적인 안무도 기본.

이번 무대에선 차세대 주역 발레리나들의 면면도 확인할 수 있다.

김주원·김지영 등 현재 국내 대표 발레리나들의 뒤를 잇는 스타 발레리나들이 스와닐다 역으로 줄줄이 등장한다. 23∼24살 나이의 이들은 국내외 각종 발레 콩쿠르를 휩쓸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대표적인 유망주는 김리회. 스무살에 한국 발레협회콩쿠르 금상을 받으며 신고식을 치른 김리회는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은상을 수상, 현재 세계 무대까지 넘보고 있다. 동갑내기 신승원은 지난해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이번 '코펠리아'가 그의 첫 주역 무대이긴 하지만 최근 7∼8년간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2년 전 '호두까끼 인형'에서 마리역으로 주역 데뷔를 한 박슬기도 이번 '코펠리아'에서 스와닐다 역을 맡았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해설 발레'도 눈길을 끈다.
특히 '코펠리아' 같은 전막 공연에서 해설을 선보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해설 발레는 갈라 공연 하이라이트동작에서 주로 소개됐다.
지난해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에서 왕자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던 발레리노 이동훈이 해설을 진행한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사진설명=코펠리아에게 구애를 펼치는 프란츠 역의 정영재, 인형 코펠리아를 연기하는 신승원, 프란츠 약혼녀 스와닐다 역의 김리회(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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