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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CEO에게 듣는다] (15) 인제대백병원 백낙환 이사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4.12 18:19

수정 2010.04.12 18:19

인제대백병원은 지난달 부산에 해운대백병원을 오픈하면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해운대백병원은 5개 인제대백병원 중 유일하게 1000병상이 넘는 병원이다. 지난 1932년 첫 병원 설립 이후 4개의 병원으로 일궈오면서 기반을 다진 인제대백병원이 해운대백병원 오픈이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인제대백병원은 최첨단 시설과 최고의 의료환경을 갖춘 해운대백병원 오픈을 계기로 해외환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는 등 동북아 첨단 의료허브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1960년 초부터 백병원을 이끌어 온 인제대백병원 백낙환 이사장에게 백병원의 발전방안과 경영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인제대의료원에 대해 설명해 달라.

▲백병원의 출발은 1932년 경성의학전문학교(서울대 전신) 외과 주임교수이던 백인제 박사가 현재 서울백병원 위치에 있던 우에무라 외과병원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는 백병원이 창립된 지 78주년을 맞는 해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이 뿌리다. 1979년 부산에 인제의과대학과 부산백병원을 개원했고 1988년에는 인제대학교가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 이후 1989년 서울 상계백병원, 1999년 경기 일산백병원, 지난달에는 부산 해운대에 1004병상 규모의 해운대백병원을 개원, 총 3500병상 규모로 성장했다.

―이사장이 오랫동안 의료원을 경영했는데 경영노하우는.

▲백병원과 인제대학교가 견실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참 인술(仁術)로 세상을 구한다’는 ‘인술제세(仁術濟世)’의 창립정신과 이를 계승한 ‘어짊과 덕으로 세상을 구한다’는 ‘인덕제세(仁德濟世)’의 건학이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원칙으로 ‘정직·성실·근면’의 교훈과 교육목표인 ‘자연사랑·생명존중·인간사랑’의 정신을 꾸준히 실천해 나갈 것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것 같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은 백병원과 인제대학교가 저력과 열정을 갖고 성장하는 데 밑바탕이 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원칙과 실천을 존중하고 노력한다면 10년 후, 100년 후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3월 25일 그랜드 오픈한 해운대백병원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해운대백병원은 연면적 11만㎡에 1004개의 입원병상을 갖췄고 외상전문센터, 생체간이식센터, 로봇수술센터 등 3개의 중점육성센터와 암센터, 간질센터, 뇌혈관센터,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심혈관센터, 척추센터, 소화기센터 등의 전문진료센터를 두고 있다. 해운대백병원은 진료의 전문화를 위해 질환별 특성화센터와 클리닉을 강화했다. 진료시스템을 개선해 심혈관, 당뇨, 수술 등 당일 검사부터 진료·시술이 가능한 원데이 케어 시스템을 확대 실시해 입원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빠른 쾌유를 도울 예정이다.

―특히 외상전문센터에 심혈을 기울였다는데.

▲외상전문센터는 옥상에 헬리포트를 설치해 다발성 외상환자를 국내 어디서든 3시간 이내에 응급이송할 수 있는 항공응급의료시스템을 갖췄다. 심장 등 장기이식수술도 가능하다. 특히 해운대백병원 의료진 일부가 세계 최고 외상전문센터를 가동 중인 미국 메릴랜드 외상센터에서 연수 중이다. 앞으로 메릴랜드 외상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우수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파견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생체간이식센터는 국내 최고 간이식 전문팀을 보유한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팀과 협력해 동일한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해운대백병원은 환경친화적인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해운대백병원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진료환경의 혁신이다. 개방형 중앙홀을 통해 자연채광으로 밝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전 병실에 개별 냉난방시스템을 갖췄고 자연온천수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전 병실에 천연 담수온천수를 제공한다. 치료와 휴양이 동시에 가능한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해외환자 유치에도 관심이 있나.

▲우리나라 의료인력의 질은 매우 우수하다. 제도적인 면을 보완하면 동북아 의료허브로 발전해 나갈 잠재력이 충분하다. 서울의 중심인 명동에 위치한 서울백병원은 주변 유명 호텔로 인해 해외 관광객이 많고 외국인도 많이 거주해 수년 전부터 외국인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해운대백병원은 해외환자 유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첨단 의료장비와 시설, 전 병동에 제공되는 천연 담수온천을 이용한 천연 스파 등을 활용한 의료와 관광을 접목해 해외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는 등 동북아 첨단 의료허브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백병원과 상계백병원, 일산백병원, 부산백병원 등 다른 병원의 발전방안은.

▲서울 저동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인제대학교 부속 5개 백병원의 모병원으로 최근 응급센터 및 중환자실 확장, 주차장 환경 개선(대리주차) 등 외부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이 병원은 스포츠의학센터의 김진구 교수, 발(족부) 수술의 대가 이우천 교수, 비만 치료로 유명한 강재헌 교수 등 스타 교수들이 있는 클리닉을 중심으로 육성할 것이다. 부산 개금동에 위치한 부산백병원은 부산·경남지역 최고 종합병원으로 각종 병원평가에서 상위에 포함돼 있다. 부산·경남지역 최초로 심장이식수술에 성공하는 등 각종 장기이식수술의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서울 상계동에 위치한 상계백병원은 서울 및 경기 동북부 지역의 중추적인 의료기관으로 척추센터, 심장혈관센터, 암센터, 간질센터, 뇌졸중센터, 천식·알러지센터, 당뇨병센터, 유방암센터, 종합건강증진센터, 응급의료센터 등을 갖춘 전문클리닉 중심 종합병원이다. 최근 피부과, 성형외과 등의 환자치료 효율성을 위해 별도의 건물로 독립했고 1층에 족부족관절센터를 오픈했다. 경기도 일산시 대화동에 위치한 일산백병원은 현재 증축공사가 진행 중이다. 6월 증축공사가 완료되면 200병상이 늘어나 총 750병상으로 병상부족 문제가 해결된다. 또 심장혈관센터, 호흡기센터, 소화기센터, 건강증진센터, 중환자실, 응급의료센터 등이 첨단 의료장비와 환자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전문진료센터로 탈바꿈한다.

■백낙환 이사장은

백낙환 인제학원 이사장(의학박사)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80대'로 불린다. 실제로 백 이사장은 수십년째 젊은이도 소화해내기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전국의 5개 백병원(서울·부산·상계·일산·해운대)과 경남 김해 인제대학교를 운영하면서 매주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서울과 부산, 김해를 오가고 있다.

결재뿐만 아니라 교수·교직원 면접은 물론 간호사 면접도 직접 진행한다. 매주 월요일 오후 의대본과생, 전공의, 교수들로 구성된 외과팀으로부터 직접 보고도 받는다.

뿐만 아니다.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해 '의료도 산업화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 아래 지속적으로 신문 등 매체에 칼럼, 기고문 등을 기고하고 수회에 거쳐 '의료포럼'도 개최했다.

또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 등을 비롯해 서재필 선생 기념사업회, 장기려 선생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아 정신적 지도자들의 정신을 널리 보급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인당장학회 등 활발한 장학사업을 통해 젊은이에게 교육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자신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한다. 여든이 넘은 나이지만 한순간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매주 월요일 저녁 개최하는 '경영자 독서모임'에 10년 넘게 개근하며 공부하는 최고경영자(CEO)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80대에도 젊은이와 같은 열정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건강관리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백 이사장은 소식다동(小食多動), 금주금연(禁酒禁煙) 그리고 만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을 건강관리 원칙으로 삼고 있다.
30대 이후 매일 두 가지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주중에는 매일 한 시간가량 조깅을 하고 주말에는 산에 오른다.
이 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골프, 테니스, 수영처럼 특별한 시설이나 기술 없이도 즐길 수 있다는 게 백 이사장의 설명이다.

△84세 △평안북도 정주 △서울대 의대 졸업 △동 대학원 의학박사 △백병원 3대 원장 △국민훈장 목련장 △함춘대상(의료봉사부문 2001)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장 겸 인제대 명예총장(현) △성산 장기려 선생 기념사업회 이사장(현)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 회장(현)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회장(현) △저서 '외길 70년, 영원한 청년정신으로'(한길사)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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