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한숙희 부장판사)는 박모씨(45)가 부인 정모씨(49)를 상대로 낸 혼인취소 소송에서 “아내의 기망행위로 인해 남편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한다”며 "정씨가 박씨에게 정신적 고통에 다른 위자료로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정씨는 1994년 8월 지인의 소개로 경찰관인 박씨를 만나 곧 동거를 시작, 1996년 4월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혼인신고를 했다. 1998년에는 딸도 낳았다.
그러던 중 2009년 박씨는 '정씨가 전남편과 1남 1녀의 자식을 버리고 결혼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받았지만 정씨는 자신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후 박씨는 지난해 2월 정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어보게 됐고 비로소 아내의 이혼사실과 전 남편과 사이에 두 자녀가 있는 사실 등을 알게 됐다.
이로 인해 박씨는 정씨와 심하게 다툰 후 협의이혼에 관한 인증서를 작성했지만 정씨가 협의이혼 절차를 차일피일 미루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초혼이고 혼인당시 정씨보다 3년 연하인 28세의 경찰관인 점 등에 비춰 이혼 사실 및 자녀 출생사실 등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민법상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경찰관 직에서 퇴직할 경우 받게 될 퇴직금 1억3000만원 상당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정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부부 일방이 아직 퇴직하지 아니한 채 직장에 근무하고 있을 경우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사기로 인한 혼인의 취소를 인정한 것은 드문 사례”라며 “이번 판결은 혼인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이혼전력과 자녀를 뒀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여기서 말하는 ‘사기’는 기망행위에 의해 재산상 이득을 본것은 아닌 만큼 형법상 사기로 볼 수는 없고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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