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場 좋아도 나빠도 “사라” 증권사 도넘은 호객행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30 17:45

수정 2012.11.30 17:45

"현 지수대는 얼마나 머물는지도 알 수 없는 지긋지긋한 박스권장인데 주식을 계속 사라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한 증권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금융투자회사(증권사)들의 파렴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일부는 보유한 주식을 내다팔면서 매수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또 당장 실적이 부진하면 앞으로는 더 좋아지니 '사라'면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밥벌이를 해야 하는 증권의 구조적 한계도 있지만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좋다 '더 사라' 나빠 '그래도 사라'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코스피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도한 기아차, SK텔레콤, 현대차, KT, 대한항공, LG디스플레이, SK, 롯데쇼핑,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삼성물산, 한국가스공사, SK하이닉스, 현대해상, CJ헬로비전, 삼성SDI, 대림산업, 현대위아, SBI모기지, 대우증권 등 20개 종목 중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찾기 힘들다.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데도 매수 추천은 이어진다. '장밋빛'전망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4개 조사 대상 기업 중 어닝쇼크(시장 기대치인 컨센서스보다 영업이익 10% 이상 차이)를 기록한 32개 기업의 주가는 10월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두산인프라코어. 이 회사는 1078억원으로 예상됐던 3·4분기 영업이익이 314억원을 기록하면서 70% 넘게 기대치를 하회했다. 이에 주가는 1만6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실적이 올 3·4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2만원을 제시했다. 어닝쇼크를 기록한 GS건설도 실적 기간 주가가 급락했다.

■연구원들이 바보(?)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증권사들은 연기금, 운용사 등 기관 자금을 유치해야 먹고산다. 증권사 입장에서 이들은 '갑'인 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를 찾아가 투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법인영업 담당자, 대기업 기업설명회(IR) 담당자를 만나 기업 정보를 하나라도 더 들어야 하는 애널리스트 등의 현실을 고려할 때 매도라고 외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증권사들의 생존 기반이 흔들리면서 더 그렇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기관이 매물을 털기 위해 리포트를 내고 있다는 악의적인 루머들도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이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할 사람은 없다"며 "애널리스트들의 고충도 조금은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결국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행태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초 20조원을 웃돌던 투자자예탁금이 23일 현재 16조5412억원으로 뚝 떨어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말해 준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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