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침체 위기가 폐지, 고철 등 재활용 원자재시장에까지 후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가 침체되면 일반적으로 재활용 원자재의 매매 단가가 낮아 오히려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를 것이란 게 통념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 상황이 최악이 될 것이란 우려 탓에 기존 제품 재고들이 쌓이면서 재활용 원자재 시장마저 외면당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3일 본지가 서울 구로, 경기 부천·안산 등 수도권 소재 고물상들을 취재한 결과 개인들이 고물상에 내다 파는 폐지 가격은 지난 6∼7월까지만 해도 ㎏당 130∼150원 하던 것이 최근 3∼4개월 사이 40∼70원대로 대폭락 사태를 맞고 있다. 고철 가격도 ㎏당 매도 가격이 올 초 420원에서 최근 100원가량 하락한 32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그나마 이 가격은 고철 품질이 좋은 경우이며 나머지 저품질의 고철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은 200원 선이다.
한국환경공단이 환경자원종합정보를 통해 평균가격을 내 공식적으로 게시하는 폐지(폐골판지)와 철 스크랩 가격도 유사한 수치를 나타냈다. 올 1월 ㎏당 128원 하던 폐지 가격은 지난 4월 130원을 기록하다가 11월에는 68원으로 절반 가격대로 떨어졌다. 철 스크랩 가격 역시 지난 1월 ㎏당 395원 하던 것이 3월에 402원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11월에는 305원으로 떨어졌다.
폐지를 주로 많이 사들여 골판지를 생산하는 제지업체 관계자는 "실적이 악화일로에 있어 폐지를 사들일 상황이 안되며 오히려 상반기에 사들인 폐지들이 관리창고에 쌓여 있어 이 양이 해소되지 않는 한 폐지가격은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재활용 시장의 수급균형이 무너지면서 고물상과 폐지를 수거해 생계를 연명하는 노인층들의 생계도 위협을 받고 있다. 폐지를 내다 팔아 생계를 연명하는 기초수급대상 노인들의 돈벌이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면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는 것.
한때 호황기를 구가하던 고물상들도 폐지와 고철 가격 폭락에다 도심 땅값도 올라 임대료 부담이 늘어 사면초가에 몰렸다.
서울 구로 5동에 위치한 A고물상 관계자는 "폐지 가격이 폭락했지만 저가 매수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인근 고물상에서 매입가격을 소폭 올려서 그쪽과 한바탕 싸움을 하고 왔다"면서 "노인들은 5원이라도 더 비싸게 쳐주는 곳으로 가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진도 없어져 힘들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300㎡ 고물상의 한 달 임대료가 500만원인데 인건비를 제외하고 비품을 사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고물상 모두 '고물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김호연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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