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남쪽으로 튀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찾아서..

이지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04 15:12

수정 2013.02.04 15:12

영화 '남쪽으로 튀어'
영화 '남쪽으로 튀어'

최근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쾌함을 전해주는 또 한편의 영화가 간판을 내건다. 임순례 감독의 새 영화 '남쪽으로 튀어'는 일본 유명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소설이 원작. 이 작품은 남쪽이 상징하는 자유, 현대사회의 이상향, 제도나 관습을 벗어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찾아 떠나는 가족 이야기를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재구성했다. 이번 영화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임순례 감독은 전작에서도 그랬듯 특유의 유쾌함으로 작품을 이끌어간다.

못마땅한 건 안하고 할 말은 하며 살고 싶은 최해갑(김윤석 분)과 그의 가족들. 어느 날 후배 만덕(김성균 분)이 찾아와 해갑의 조부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내놓은 땅이 리조트 개발사업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얘기를 전한다. 그러던 중 공과금도 내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자 해갑네 가족은 무작정 짐을 싸서 고향땅 남쪽섬으로 떠난다. 하지만 만덕의 집에 들어가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생활하던 이들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벌어진다. 개발업자가 보낸 조폭들이 느닷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신개념 아빠' 해갑은 너무 애쓰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쾌한 캐릭터다.
제멋대로 정해진 국민연금과 텔레비전 수신료를 거부하고 부실한 학교급식에 당당히 교장 면담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인물이다. 여기에 공무원에게 나라가 언제부터 국민을 걱정했냐며 일침을 가하고 '국민거부'를 선언하는 등 누구나 생각해왔지만 쉽게 드러내지 못한 얘기를 대변하는 촌철살인의 달인이기도 하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남들과 같은 기준으로 행복을 찾으려 하는가"라고 묻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답하려면 관객은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학교, 좋은 직장만이 과연 인생의 전부인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야 한다. 또 인간의 불행은 이미 충분히 가졌음에도 끊임없이 욕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영화는 에둘러 전한다.

영화에서 "멋대로 정해놓고 국민의 의무. 그럼 난 오늘부터 국민 안합니다"를 외치는 김윤석의 연기는 단연 일품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돈과 풍요로운 삶보다는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최해갑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15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오연수는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는 남편을 온전히 이해하는 아내 안봉희 역을 맡아 따뜻함과 섬세함이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해갑네 아이들의 든든한 고민 상담자이자 키다리 아저씨 홍만덕 역은 김성균이 맡아 사투리 연기의 구수함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한예리, 백승환, 박사랑 등이 합류해 극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킨다. 15세 이상 관람가. 7일 개봉.

news100@fnnews.com 이지수 인턴기자

fnSurvey